텃밭의 채소들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텃밭으로 갔을때는 예쁘게 잘 크던 야채들이
어느날 부터인가 자신들이 방치되었음을 느꼈는지 , 잘 크지도 않고 병치레 하는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잠깐 들여다보고 무반응으로 지나쳐가는 내 행동에 야채들도 분명 화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짧은 가을날에 병원생활 하느라 '20일 그리고 12일 동안 ' 텃밭에 가지 않았으니 할말이 없다.
텃밭을 포기하기에는 무공해 채소들이 아깝고, 텃밭을 계속 하려니까 혼자 힘으로는 일손이 부족하고....
가을 내내 텃밭을 소홀히 하다보니 ,자주 찾아오던 고라니 녀석도 다른 곳으로 거래처를 옮긴듯 했다.
다녀간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씨를 뿌려놓고, 조금 자랐을때는 솎아주고, 두어번 뜯어 먹었는데
몇차례, 병원의 입원, 퇴원 때문에 상추 꼬라지가 엉망이 되었다.
그러다가 영하의 날씨 탓인지 성장은 멈춰 있는듯 했다.
10월 중순에 씨를 뿌려 놓고, 오랫만에 들여다 봤더니
듬성 듬성 시금치가 자라고 있었다.
극심한 가을 가뭄에 물 한번 준 적이 없어서인지 자라고 있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10월 중순에 시금치 씨 뿌리던 날에 유채 씨도 뿌렸다.
빽빽하게 씨를 뿌렸는데, 왜 듬성듬성 자라는 것인지?
청갓이라고 해서 심어놨더니 손이 가지 못할 만큼 억센 것 같다.
김치를 담가야 할지, 김치를 담그는 것을 포기 해야하는 것인지
갈등이 생긴다.
11월 중순에 심어놨던 양파가 제법 자라고 있었다.
병원 입원 하는 것 때문에 급하게 심어 놓고 물을 제대로 준적이 없어서인지
몽땅 실패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 잘 자라고 있었다.
제대로 된 배추는 3포기 정도 되는 것 같다.
방치 해놓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무튼 이번주에는 배추를 뽑아서 김치를 담가야 할 것 같다.
올 가을에 텃밭농사 중에서 가장 잘 한 것이 '아욱'이다.
몇번 아욱국을 끓여 먹을 정도로 잘 크고 있었는데
고라니 녀석이 입을 대지 않았다.
깔끔하게 손질이 된 밭이 아니라서 고라니가 입 댈 생각 조차 하지 않은듯 했다.
항암하는 환자를 위해서 녹즙용으로 심어놨더니
오랜 병원생활 하느라 뜯지를 못해서 밭이 엉망 되었다.
당뇨에도 좋아서 뜯어먹고 싶어도,
11월이라는 것은 우리집 달력에서는 제외 된듯, 시간적인 여유가 눈꼽 만큼도 없었다.
10월에 녹즙용으로 심었던 케일
물 한방울도 줄 수 없는 바쁜 일상이었는데, 케일은 무조건 잘 자라 주었다.
영하 1~2도에서도 잘 버티는 것이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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