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 중순 까지도 채소를 뜯어 먹어서 이번에도 비켜갈 줄 알았던 큰 추위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계속되는 가을 가뭄에 밭의 채소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이번에는 영하의 날씨로 채소들을 망가뜨렸다.
이래저래 재미없는 세상인데, 텃밭마져 망쳐 놓으니 정말로 할말이 없어진다.
눈이 내리지 않아서 못마땅 했어도
겨울에도 채소를 뜯어 먹을 수 있다는 남쪽지방이라는 것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어쩔수 없이 텃밭농사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설마 하고 밭에 나가보았더니 아직 김장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배추는 꽁꽁 얼어 있었다.
하룻밤새 모든 것이 안녕이 되어버린 텃밭이다.
예쁘게 자라던 아욱밭이 완전 초토화 되었다.
아욱 옆의 '쪽파' 꼬라지는 찾아볼 수 없었고....
녹즙 한번 해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치커리는 땅위로 내려 앉았다.
치커리 옆의 '오크'도 더이상 뜯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싱싱하게 보이는 '케일'은 가을 가뭄에 진딧물이 빽빽하게 들어 붙어 있어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더우 심한 강추위에 진딧물이 사라지길 바랄뿐이다.
상추도 더이상 뜯어먹을 수 없을 만큼 땅위에 달라 붙어 있어서 손을 댈 수 없었다.
이대로 매화가 피는 2월 까지 휴면 상태가 될 것 같다.
며칠전에 듬성 듬성 빈 자리에 또 씨를 뿌렸건만
올 겨울에는 유채의 푸른 잎도 뜯어먹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다.
월동용 시금치는 다행스럽게 얼어붙지는 않았지만, 2월 까지는 역시....
대파 밭에서 냉이를 한웅큼 뜯었다.
겨울에도 자라는 냉이는 추위와 상관이 없는 강인한 들풀인 것 같다.
말라서 비틀어져가는 양파 밭에서는 먼지가 폴폴 날린다.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면, 겨울비라도 한번 내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배추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 정도면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늘 배추를 뽑아보니 몽땅 얼어 있었다.
양지쪽에 있는 멀쩡한 배추는 3포기 였지만, 그것도 벌레가 절반을 먹어서
정말 괜찮은 배추는 1포기 였다.
갓과 무우는 엊그제 뽑았기 때문에, 피해가 없었지만 배추는....
춥거나 말거나 배추를 뽑아서 모두 쓰레기로 처리하고 밭을 정리 했다.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2월 까지는 아무래도 밭에 나갈 일이 없을 것 같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텃밭의 나물들 (0) | 2018.01.21 |
---|---|
초보 농사의 확실한 마무리 (0) | 2017.12.14 |
고라니도 찾아오지 않는 텃밭 (0) | 2017.12.11 |
고구마 농사 (0) | 2017.11.20 |
아침 이슬이 흠뻑 내려 앉은 텃밭에서 (0) | 2017.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