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기온은 10도 정도 차이가 있다.
밤에는 으시시 한기를 느낄 만큼 추웠고, 한낮에도 그냥 따끈함이고, 바람은 심하게 불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지방 보다는 덥다는 표현은 아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텃밭에 몇번씩 물통을 끌고 가도 더위 때문에 힘든 것은 없다.
13명이 한고랑씩 농사를 짓는데, 한번도 물을 주지 않은 밭고랑의 채소들은 거의 실신 상태인듯 했다.
한번 물을 주기 시작하면 계속 줘야 한다는, 야박한 논리를 가진 옆집 밭고랑의 채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주인을 잘만난 채소와 몰인정한 주인을 만난 채소의 비교에서 빈 부 격차를 느낄 수 있었다.
싱싱함과 후줄근함 , 물을 주지 않은 밭의 야채들은 최후의 몸부림을 하는듯 안타까움 뿐이다.
아침 저녁으로 물통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 요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운 진풍경이 되었다.
극심한 가믐속에서도 오이를 15개 수확을 했다.
특히,물을 좋아한다는 오이에게는 하루에 한번씩 물을 주니까 제법 보답을 하는 것 같았다.
가시오이 4포기, 조선오이 4포기
과일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당뇨인에게 오이는 과일처럼 먹을 수 있어서
열심히 물을 길어다가 준 결과물은 흡족했다.
노각오이를 또 심었다.
여름철에 노각오이를 고추장에 무쳐서 밥 비벼먹는 그맛!!
어린시절에 어머니가 만들어준 것이 생각나서 일단 심어 보았다.
다른때 같으면 이맘때 깻잎 반찬도 먹을수 있엇는데, 올해는 가믐때문에
깻잎을 한번도 딸 수가 없었다.
열심히 물을 줘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대파를 심어 놓고 흙냄새 맡을때 까지 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요즘의 아침 저녁 일과는 물통 끌고 다니는 것이다.
토마토가 익어가고 있다.
열심히 물통 끌고 다닌 보람이다.
포도송이 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방울이
짭짤이 토마토 역시 주렁주렁
빨간 방울이가 먼저 익기 시작했다.
힘들게 물을 끌고 다녔던 노동의 댓가이기에
빨갛게 익었는데, 먹기가 아까워 아직 맛을 못보았다.
한주일 후 쯤이면, 한소쿠리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것 같다.
물을 주지 않았으면, 벌써 주저 앉았을 여주넝쿨이다.
하늘은 뽀송뽀송해도, 힘들게 노력한 것이 기쁨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주 꽃이 피기 시작했다.
4월15일쯤 여주씨 30개 심었더니 몽땅 나무가 되었다.
옆집 밭에 5개 분양하고, 25개의 여주 넝쿨이 매일 아침에 물을 원하고 있었다.
쑥갓도 제법 뜯어 먹었다.
하늘은 빗방울을 내려주지 않지만, 순전히 인공적으로 키웠다.
꼭 수돗물은 하루전에 받아 놓은 물을 주었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화초 처럼, 그렇게 키우니까 가뭄에도 야채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아도 들판은 충분한 햇볕과 바람이 있으니까
물만 공급 해주면, 야채는 잘 자라준다는 것을....
텃밭농사 3년차에 터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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