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萬行)
바랑을 짊어지고 바람과 함께 떠나는 길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꿋꿋하게
일도 정진하는 길
그 만행의 길을 잘모릅니다
아기 스님들에게는 다만 소풍일 뿐이지요
절 밖을 나서는 일이 아기 스님들에겐
신이 나는 일입니다
절 안에서는 서로 눈을 부라리며
고집을 부렸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아기 스님들은 서로 손을 잡고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이렇듯 맨날 소풍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몇 해 전 하늘로 올라가서
지상에서의 삶은 소풍 다녀온 것이라고 말했을 법한
천상병 시인도
아마 전생은 아기 스님이었을 겁니다
마음 꽃 
들에 꽃이 피면
내 마음에도 꽃이 피어요
들에 꽃이 지면
내 마음 속에도 꽃이 지네요
꽃이 지면
꽃이 지면
온다는 엄마는
아직 오지 않고
동구 밖에는, 꽃이 다시 피네요
노을
저녁 서산 노을이 붉고
법열(法悅) 속에 타는 해가 조용히 잠기네
눈이 맑은 아가야 너희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작은 손 ,손에 잡고 어디로 가고 있니
미소 띤 해맑은 얼굴로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는 너희들
떠들고 웃고 반짝이는 소리에
산 나무 잎이 반짝이네
그래 그래 너희들 마음 속에
그림처럼 절 하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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