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여행

제주 추사 김정희 유배지

nami2 2025. 1. 20. 22:09

새해가 밝았다고 일출을 보러 갔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시간은 어느새 1월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냥 어이가 없었다.
날씨가 춥다고 쬐끔 움츠리면서 게으름을 피운 것 밖에는 없었건만...
아쉽게도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그나마 노루꼬리 만큼 짧은 겨울이 이제는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춘 쯤이면 텃밭 정리를 해야 할 만큼 날씨가 따뜻하면서

하나 둘 곳곳에서 매화가 핀다는 것이 믿기지는 않겠으나
요즘 기온은 영하의 날씨가 언제였던가 할 정도로 기억에도 없었다.
낮기온은 10도~12도를 넘나들며 겨울이라는 계절은

어느 순간 부터는 아예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겨울이라는 삭막함 때문에 마땅히 갈만한 곳도 없었고 ...
사진 찍을 것도 없다보니 오늘 역시 제주여행의 밀린숙제를 해본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에 위치한
추사 김정희 유배지는 사적 제487호로 지정된 곳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조선 헌종6년(1840) 10월1일 부터

헌종14년(1848) 12월6일 까지 9년간

이곳 서귀포 대정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고 하며

1948년 제주 4.3사건때 불타버리고 빈 터만 남았다가

1984년 집주인 강도순 증손의 고증에 따라 다시 지은 것이라고 했다.

 

유배지 주변에는 차나무의 하얀꽃이
한참 예쁘게 피고 있었던
11월 중순의 어느날이었다.

유배지에서 위리안치 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울타리는 가시나무로 된 탱자나무가
빽빽하게 지붕 까지 가려져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자방아를
제주에서는 '물방애'라고 부른다고 했다.

유배지라는 자체가 서글픔인데
집 주변에는
감나무와 차나무,탱자나무가
더욱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었다.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모습이다.

 

1840년 제주도로 유배를 온 추사 김정희는

차를 마시며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1843년 초의선사는 제주도로 내려와 6개월간

추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추사는 초의에게 일로향실(一爐香室)이라는

글씨를 써주었으며

이것은 현재 해남 대둔사 일지암에 걸려있다고 한다.

 

초가집 지붕 위로
제주 해안가에서 예쁘게 피고 있는
돈나무꽃이 보기좋게 피고 있었다.

돗통시라는 것은 제주 사투리로
사람의 화장실과 돼지우리가
한 공간에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똥돼지의 역사....할말이 없다.

지금의 제주 흑돼지가 똥돼지였음에

그냥 신기하기만 했다.

 

초가집과 초가집 사이의 커다란 나무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울타리에는 탱자나무 열매가
위리안치 되었다는 것이 증명하는 것 같았다.

초가지붕 그리고 노란 돈나무꽃

모거리는 김정희가 거주하던 곳이다.
집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위리안치의 형을 받은 김정희는
이곳에서 학문과 예술을 심화시켰다고 한다.

그의 추사체는 벼루 열개를 구멍내고

붓 천 자루를 닳아 없애게 할 정도로

고독한 정진 속에서 완성되었다고 한다.

 

사랑채인 밖거리(바깥채)에서는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통시라고 하는 화장실이며

그 옆쪽으로는

사람의 그것을 먹는 똥돼지우리가 있었다.

 

토종동백나무가 엄청 키가 컸다.

봄이 되면 토종동백꽃이 예쁘게 필 것 같았다.

 

추사 김정희는 유배 초기에는

포교 송계순의 집에서 몇년 머문 후

제자 강도순의 집으로 옮겨왔다.

강도순은 강도순의 땅을 밟지않고는

길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최고의 유지였다고 한다.

 

현무암 돌담 안의 장독대 역시

육지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마당이 넓은 초가집은 주인댁이 살았던 안거리(안채)
사랑채인 밖거리(바깥채)
한쪽 모퉁이에는 모거리(별채)
제주도 특유의 화장실인 통시와
대문간 방앗간 정낭으로 이루어졌으며 기념관쪽으로

정낭이 하나 더 있는데

이집의 본래 정낭은 방앗간과 모거리 사이의 대문간에 있다.

 

안거리는 집 주인인 강도순 가족이 거주하는 곳이고

밖거리에는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사랑채

그리고 추사 김정희는 모거리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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