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많이 '춥다'라는 느낌을 가져봤던 날이었다.
오늘 한낮의 기온은 영하 4도였는데, 지금 이시각의 기온은 영하 6도였다.
내일은 영하 9도라고 밖에 나가지말고 집콕 하라는 메세지가 날아들었다.
영하 9도의 날씨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부산에 살면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온이었기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겨울바다를 좋아하고 추운날에 바다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바닷가를 서성이는 것을 특히 더 좋아했다.
35년전 낯선 바다, 특히 겨울해수욕장에서 친구에게 바람 맞았던 그 기분이
왜 평생 트라우마가 되어서 겨울만 되면 나를 이상하게 만드는지는 알 수가 없다.
추워서 오지않는 친구를 바보처럼 몇시간씩 기다렸다가 돌아서는 그 기분이
너무 허탈했었고, 너무 서글펐고, 정말 쓸쓸했었는데...
왜 그것들이 잠재의식 속에 남겨져서 몹시 추운날이 되면 늘 그랬듯이
바닷가로 나를 소환하는 것인지는 세월이 많이 흘러가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그때의 절망적이면서도 허탈했던 기분을 해마다 곱씹고 싶었기 때문인지
잠재의식 속의 뇌가 시키고 있는 일은 여전히 미지수가 되는 것 같았다.
오늘 역시 예전의 그날 만큼 세찬 모래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머리가 띵할 만큼 많이 추웠지만
알 수없는 무언가에 의해 바다로 끌려나가서 2시간 정도 걷다가 돌아왔다.
그래도 걷기운동에 면역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무튼 마음속은 시원했었다.
날씨는 많이 추웠으나
세찬 바람이 없었기 때문인지
탁트인 바다를 보니
속이 후련 할 만큼 마음은 편안 했었다.
갯바위는 갈매기 쉼터가 된듯
갈매기들만 잔뜩 모여 있을뿐
겨울 바닷가는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등대 앞 바다에는 갈매기 보다는
까만 물닭들이 등대를 지키고 있었다.
일광해수욕장에서도 많이 봤던 물닭들은
동해남부 해안선을 따라서 갈수록
제법 많은 무리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이곳은 부산시 기장군 일광읍 동백리에 위치한
동백항구 주변의 등대앞이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밭이기 때문에
파도가 밀려왔다가 사라질때는
자갈 구르는 소리가 재미있게 들려왔다.
등대 앞에는 민물과 바닷물의 경계가 있었다.
등대를 바라보고 있다가
물닭들의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서 놀고 있던 까만 물닭들이
자갈밭으로 걸어오더니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서 살펴보니
저쪽은 짠 바닷물이고 이쪽은 맹물...
냇물이 흐르면서 자갈밭 앞에서
멈춘 물이 바다새들의 생명수가 된듯 했다.
어촌마을은 동백마을이었고
항구는 동백 선착장이었기에
동백꽃 그림이 예쁘게 그려졌다.
동백마을에서 10분쯤 걷다보니
동백 선착장 앞에 서있었는데
해안가 어디서든지 동백마을의 등대는
예쁜 풍경으로 계속 따라 다녔다.
조금 일찍 바다로 나갔더라면 덜 추웠을텐데
오후 4시 넘어서 나갔더니
어느새 늦은 오후의 바람이 제법 추웠다.
해안선을 따라서 제법 걸었건만
예쁜 등대는 가까이 있는 것 처럼
아직도 풍경을 만들어줬다.
해안선의 가는 길마다
해파랑길이라는 빨간 팻말이 붙어있었다.
해파랑길은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트래킹 길이다.
또한 이 길은
부산 갈맷길 1코스 1구간 길이기도 하다.
길가에 표지판이 서있었다.
글씨가 뚜렷하지 않아서 글로 적어봤다.
빨간등대는 우현 표지로 항구 방면으로 볼 때는
항로의 오른쪽에 설치되어
선박이 표지의 왼쪽으로 항해 할 수 있음을 표시하는 항로표지로
IALA해상 부표식(B지역)에 따라 홍색등을 밝힌다고 한다.
*IALA는 '국제항로표식협회'였다.
하얀등대는 좌현 표지로 항구 방면으로 볼 때는
항로의 왼쪽에 설치되어
선박이 표지의 오른쪽으로 항해 할 수 있음을 표시하는 항로표지이다.
IALA해상부표식(B지역)에 따라
녹색 구조물(육상구조물은 백색)및 녹색등으로 나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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