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늦가을 바다풍경의 쓸쓸함

nami2 2024. 11. 12. 22:28

오늘은 치과에 예약이 있던 날이었다.
워낙 겁쟁이라서 치과라는 것에 며칠 전 부터 잠도 못잘 만큼 고민을 했었다.
40대 후반에 충치가 있어서 몇개를 금으로 이빨을 덮어 씌웠는데
많은 시간들이 지나다보니 그것도 한계가 있는듯...
뭔가 딱딱한 것을 먹다보면 툭~입속에서 금덩어리가 덜그럭거리는 것이
우습기도 했고 황당하기도 했었으며 두렵기도 한 것이 벌써 몇번째였다.
금이빨로 덮어 씌운 것들이 모두 5개 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뿌리가 썩었는지, 뭣때문인지는 몰라도

딱딱한 음식을 먹다보면 힘없이 부러져서 입속에서 뒹굴었다.

그것이 인플란트라는 거금의 돈으로 탈바꿈 된다는 것도 엄청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치과를 드나들면서 인플란트를 하다보니 귓가에 들리는
드릴소리가 머릿속 까지 관통할 것 같은 두려움에 이번 만큼은 겁이났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한개가 아닌 인플란트 두개를 동시에 한다는 두려움은
죽을 날짜를 받은 것 같은 엄청난 공포스러움 그 자체였었다.

일부러 지난 주에는 무서워서 핑계를 대고 예약을 미뤘었는데
오늘은 예약에 대한 확인 전화 까지 왔었기에 더이상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어쩔수 없이 치과에 갔었고, 인플란트를 심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뭣 처럼 주눅이 들어서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의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불안감에 시달렸으며 그로부터 1시간 후...
고생하셨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하는 소리에
이제는 살았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치과를 나왔다.

 

입 언저리에 마취도 풀리지 않아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건만
그냥  머리를 시키려고 갔던 곳은 바다였고
지인이 살고 있는 그 바다 주변에서 멍때리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해안가 주변 어촌 마을에는
집집마다 유자가 아주 예쁜 모습이었다.
탱자 보다 더 예쁘고 더욱 커다란 모습은
이때 아니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유자는 레몬보다 비타민C 함량이
3배나 많다고 한다.
요즘 제 철인 유자는 비타민C가 풍부해서
감기와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며
항산화 성분이 가득한 유자는
면역력 강화, 소화개선 ,혈액순환 개선
그리고 혈당조절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촌마을 주변에는 지금 계절이 봄날인듯..
아로니아꽃이 제법 많이 피었다.
시도 때도 없이 피는 꽃들은
이 늦가을에 삭막한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아로니아 꽃말은 '불로장생'이다.

4~5월에 꽃이 피는 '개구리자리' 꽃도 보였다.
낙엽지는 늦가을인지, 꽃피는 봄날인지
도대체 가늠이 안되는 요즘이다.
개구리자리 꽃말은 '님의 모습'이다.

어촌마을 한바퀴 돌다보니
아주 예쁜 꽃이 피었으나
이 꽃도 요즘 피는 꽃이 아니라
5월에 꽃이 피는 당아욱꽃이었다.

당아욱꽃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인데
울릉도와 남부지방에서 자생한다.
꽃말은 '자애, 어머니 사랑'이다.

 

지인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지금이  늦가을이라는 것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꽃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마을 언덕에서 한 눈에 바라보이는 바다는
빨간 등대만 보일뿐 희뿌연한 모습이다
어디가 수평선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오후 4시 쯤  바다 풍경이다.
요즘은 일찍 해가 지기 때문인지
4시 정도 되었는데
수평선 주변의 하늘이 그냥 예뻐보였다.

갑자기 하늘이 이상해졌다.
평온했던 바다는 구름이 가득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바다는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되어서
집으로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구름 끼었던 하늘이
점점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그냥 마음이  꿀꿀해서 지인과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어느새 밖은 어둠이 찾아들었다.
어둠이 내려앉는 바다 풍경은 그냥 쓸쓸했다.

마을버스를 타려고 서있는데
늘 봐왔던 등대 앞은 또다른 느낌으로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어둠이 깃드는 포구 주변의 풍경도 예뻤다.

 

마을버스 출발시간은 6시5분
점점 하루해가 짧아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름 철에 6시5분이면 해가 중천에 떠있거늘
늦가을 날의 6시5분은
아주 깜깜한 한밤중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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