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무우가 아직 텃밭에 있었기에
혹시 얼지나 않았나 할 정도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던 날이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 때문에 텃밭에서 뽑아내지 못한 채소들 중에서
동치미 무우가 꽤나 신경이 쓰였다.
가을 내내 잘 키워 놓은 무우를 몽땅 얼리는 것은 아닌가?
부랴부랴 밭으로 가봤더니 다행스럽게도 무우는 멀쩡했으나
추위에 잘 견딘다고 했던 '가지나무'가 볼품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제는 진짜 다 되었구나" 가지나무들을 바라보니 그래도 아쉬움뿐이었다.
가지나무가 크게 자라있어서 뽑아내야 다른 월동 채소들이
햇빛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뽑아내고 있었는데....
주렁주렁 매달린 어린 가지들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비닐에 담았다.
가지나무를 볼품없이 만들게 했던 추위는 역시 영하의 날씨였다.
텃밭에 빗물 받아 놓은 그릇 속에는 얼음이 약간 두껍게 얼어 있었다.
지난밤 영하 2도의 기온이 얼음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2도였다.
그런데 텃밭 주변의 잡초라고 하는
광대나물이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른 봄날 2월 부터 피는 꽃인데...
그래도 예쁜 것은 누구 탓 할 수 없었다.
광대나물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였는줄 알았는데, 귀화식물이었나보다.
북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가 원산지였다.
식용 가능한 꿀풀과에 속하는 이년생초...
광대나물의 꽃말은 '봄맞이' 라고 한다.
꽃을 피우려던 도라지 꽃봉오리가
추위에 그대로 멈췄다.
겨울 텃새인 딱새 암컷이
일년만에 모습을 보여주었다.
추운 날에 혼자 밭에서 일하고 있으면
심심찮게 찾아와서 놀아주는 새였다.
동치미 무우를 뽑고나서
집으로 가져 가려고 비닐에 담아놓고
무우 시래기는 밭에 널어놓았다.
이렇게 걸쳐 놓았다가 어느 정도 마르면
집으로 가져가서 삶은 후 채반에 건조 시키면
맛있는 무시래기 나물을 만들 수 있다.
집으로 가져다 놓은 동치미 무우는
베란다가 꽉 채워졌다.
무우는 작은 것, 중간 것, 큰 것 뒤죽박죽이다.
크게 자란 가지나무 잎이 바싹 말랐다.
영하의 날씨에 더이상 버틸 수 없었나보다.
흉물스럽게 더 마르기 전에 뽑아냈다.
가지나무를 뽑아내면서
어린 가지들을 모두 집으로 가져왔다.
농사 지은 것이니까
아깝다는 생각으로 버릴 수가 없었다.
올해의 마지막 가지 수확물은
이렇게 볼 품이 없었지만 반찬은 어떨까
가지볶음을 해서 맛을 보고 싶었다.
진짜 볼품은 없었지만
귀엽게 생긴 어린가지들이다.
이렇게 첫 얼음이 얼 때 까지 있었던
가지는 단맛이 굉장히 강하다고 했다.
손질을 해서 소금에 살짝 절여놨다.
그리고 애기 느타리버섯과 함께 볶았더니
버섯의 쫄깃함과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짰기 때문인지
가지의 식감도 덩달아 쫄깃했다.
굴소스로 맛을 내고, 마무리는 참기름이었다.
그런데 진짜 맛이 괜찮았다.
볼품 없었던 어린 가지들이
아주 맛있는 가지볶음으로 거듭났다.
볼품없다고,그냥 버렸다면
후회 했을 만큼 맛이 있었다.
4월 중순에 가지 모종 4개를 사다가 심었고
여름내내, 가을 내내 그리고 초겨울 까지
가지를 따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
이제 마지막 가지반찬을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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