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했던 변덕스런 12월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러나 추워진다는 기준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열흘 남짓의 기온은
다행스럽게도 영하의 날씨는 없었고, 가장 춥다는 날에는 0도에 머물렀다.
텃밭에는 아직도 김치를 담가야 할 채소들이 가득인데...
추워진다고 하니까 약간 초조하기는 했었다.
열흘 남짓 집을 비웠기에 다른 집 보다는 김장이 늦어지긴 했다.
그런데 여행 잘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바쁜 일만 있었고
또한 곤혹스러운 일들이 생겨났다는 것이 유감스럽기만 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칼에 찔렸다.
살짝 스쳐지나간 것이 아니라 언뜻 느껴진 것은 깊숙하게 찔린 느낌이었다.
지혈이 되지 않아서 응급실로 갔었고 두바늘을 꿰매고 왔다.
진통제 도움으로 견디긴 했으나 식욕 까지 떨어져서
냉장고에 있던 차거운 빵과 과일로 식사를 해결 하다가 또 문제가 되었다.
급체로 인한 복통과 설사...
집에 있던 상비약으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했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틀동안 미련한 짓으로 고생만 하다가 병원에 갔더니 장염이라고 했다.
손가락은 아직 꿰맨 상태였고, 장염으로 컨디션은 엉망인데
날씨 까지 추워진다고 하니까 텃밭작물 때문에 마음은 급했다.
오늘 아침에 들판에 첫 무서리가 내린 것을 봤었는데
그래서 텃밭에 가봤더니 채소들은 무서리에도 멀쩡했지만...
우선 급한대로 알타리무우 부터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손가락은 아직 실밥도 뽑지 않았고, 장염의 컨디션도 좋지는 않았으나
또다시 미련한 짓으로 일을 저지르려고 알타리무우를 뽑기 시작했다.
텃밭으로 가는 길에 빨간 장미꽃을 만났다.
얘야~ 곧 추워진단다
발길을 멈추고 한마디 해봤다.
12월인데 어쩌려고 꽃이 핀 것인지?
애처롭기는 했으나 예뻤다.
텃밭으로 가는 길의 어느집 길 모퉁이에서
노란 국화가 향기를 내뿜었다.
순간 따끈한 국화차 생각이 간절했다.
국화꽃은 추위와 상관없는 듯 했다.
우리 텃밭의 국화꽃들도
12월 말 까지는 변함없이 예쁠 것 같았다
텃밭의 산국도 여전이 예쁜 모습이다.
12월은 단풍의 계절인듯...
단풍 위에 빨간 열매가 돋보였다.
찔레꽃의 열매도 통통한 모습이었다.
댕대이 덩굴 열매는 까맣고
그 잎사귀도 단풍이 진행중이다.
텃밭 한켠의 남천 열매도
보기 좋은 만큼의 빨간 색으로 변하고 있다.
계절을 잊은 지칭개는 5월에 피는 꽃이다.
꽃봉오리가 다닥다닥이다.
이 추운 계절에
계속 꽃을 피울 것인가 묻고 싶어졌다.
텃밭에는 더욱 기가막힌 꽃도 있었다
뱀딸기가 꽃을 피우면서
한켠에서는 빨간 열매 까지 익어가는 모습에
할 말이 없어졌다.
뱀딸기 잎사귀들은 싱그러웠고
노란 꽃은 계속해서 필 것 같았다.
며칠 있다가 시금치 나물이 필요해서
시금치를 뜯으려고 했으나
시금치 밭은 한달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크게 자란 시금치들은
이미 고라니의 식사가 된 상태였다.
고라니는 시금치 밭을 매일 다녀가면서
잎사귀 큰 것만 골라먹는 것이 너무 얄미웠다.
그러다보니 겨울내내 어쩌다가 시금치 뜯으러 가면
시금치는 늘 그 상태로 자라지 않는 것으로 보여져서
그믈망을 해놓지 않으면
시금치는 고라니 식사하라고 씨를 뿌려놓는셈이 된다.
월동식물 시금치는 완전한 고라니의 겨울 먹거리...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텃밭에는 또하나의 그물망이 생겼다.
시금치도 그물망속에 갇혀버렸다.
알타리무우는 뽑을 시기가 지났었다.
열흘 전에 뽑았어야 했는데...
그동안 여행 때문에 뽑는 시기가 늦춰졌다.
무우는 예쁘게 잘 자랐다.
가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인지
잎사귀는 너무 웃자라서
겨우 무우만 손질해놨다.
9월 중순에 심은 알타리무우는
딱 2개월만 키우면 적당하게 맛있다는데
열흘 남짓 집을 비웠더니
수확 시기가 2개월에서 열흘이 더 지나갔다.
일단 뽑아놨으니까 집으로 운반해서
내일은 손가락 치료 때문에 병원 다녀온 후
하루종일 알타리 김치 담그는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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