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1월 끝자락의 텃밭에서

nami2 2024. 11. 29. 22:50

기온은 본격적으로 추위를 몰고 오는듯.. 11월의 끝자락은 그냥 추웠다.
마지막 한장 남은 카렌다가 웬지 허무하다는 생각도 해봤다.
새해가 밝았다고 일출을 보러 갔던 것이 엊그제인데
또 카렌다를 넘기고 보니, 마지막 카렌다 한장이 썰렁한 느낌이어서
많은 회한을 갖게 하는 것 그 자체도 서글프기만 했다.

열흘 남짓 텃밭에 가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했었고
서울 여동생 집에 택배를 보내면서 몇가지 채소를 함께 넣어 보내려고
겸사겸사 텃밭에 가봤더니 그동안 못된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었고
역시 먹을 것을 찾는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이 얄밉게 남겨져 있었다.

눈이 내리면서 추위까지 찾아왔던 서울에 비하면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아직도 늦가을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그만한 땅덩어리인데 기온의 차이가 어찌그리도 심한 것인지?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헷갈리게 했다.

서울에서는 뜰앞에 국화꽃 한송이 볼 수 없는 삭막한 겨울이었으나
이곳은 여전히 국화꽃은 탐스러웠고, 애기동백꽃도 점점 화사해졌으며
이제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도 참으로 어설프게 느껴졌다.

텃밭을 화사하게 만들어 놓은 국화꽃이
새삼스레 예뻐보였다.
서울에서는 아무리 찾아봤어도
눈에 띄지 않았던 국화꽃인데
따뜻한 남부지방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국화꽃을 보니까 좋기는 했었다.

한달 전 부터 꽃이 피던
노란 국화꽃은 여전히 예쁘게 피고 있었다.
이제는 꽃이 사그러들 때도 되었건만...
오래 머문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었다.

그동안 비가 얼마나 내렸었는지
텃밭의 그릇마다 빗물이 들어 있었는데
아침에 가보니까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살얼음....
진짜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혹시 하면서 텃밭을 둘러봤더니
텃밭은 살얼음과 상관없이 여전히 멀쩡했다.
추위는 닥쳐오는데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라는 것에
은근히 어깨가 무거워졌을뿐이다.

배추는 영하로 내려갈수록 맛있다고 했기에
앞으로 열흘 동안의 기온을 보니까
12월 15일 까지는 영하의 날씨가 없었다.

어째튼 곧 12월이 시작 되다보니
조만간에 김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고라니에게 도둑 맞을까봐
그물망을 철저하게 했더니
아침마다 찾아와서 눈팅만 하고 갔었을
고라니가 우습기도 했다.

이쪽 상추밭 역시 쳐다만 보고 갔었을
고라니를 생각하니까 우습기만 했다.
찬바람과 찬이슬 때문인지
봄날 처럼 그다지 상추는 크지 않았다.

이곳 로메인 상추도 멀쩡했다.
고라니가 쳐다만 보고 갔을 만큼...
철저한 안전장치가 든든하게 보였다.

그런데...고라니가

생전 먹지도 않았던, 당근 잎을 건드렸다.
상추를 먹을 수 없다보니
당근잎이라도 먹어야겠다는 고라니의 심보가
생각할수록 얄밉기만 했다.

서울 동생집으로 보내는 택배 속에
넣어 보내려고 상추를 뜯고 있는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이런 추위라면 상추가 냉해가 올텐데
아주 멀쩡하고 싱싱했다.

텃밭 한켠에 콩꽃도 눈에 띄였다.
내일이 12월인데...예쁘기만 했다.

코스모스도 추위와 상관없는듯...
갸냘펐으나 강인하게 보였다.

추위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그러들줄 알았건만
맨드라미도 아직은 멀쩡했다.

텃밭 한켠에 새롭게 꽃이 피는
애기동백꽃이 진짜 예뻐보였다.

곳곳의 텃밭마다 심겨진 비파나무에
예쁜 꽃이 피기 시작했다.
비파꽃의 꽃말은 '온화, 현명'이다.

비파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교목으로 아열대식물이다.
원래 중국에서 자라던 것이지만
일본에서 많은 원예 품종들이 만들어졌다.

비파나무는 잎은 두껍고 뻣뻣하며
꽃은 작지만 향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 비파나무를 수입하여
남부지방의 길가나 정원에 심고 있는데
노란 열매가 살구보다 더 맛이 있었다.

이곳은 이제서 단풍 물이 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뜰앞에 곱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가 너무 예뻐보였다.

앙상한 겨울나무와
푸르스름한 은행나무
그리고 우중충한 나무들이
아파트 정원에서

11월을 배웅하고 12월을 마중한다.

우리 아파트 후문 풍경은 아직도 가을이다.
만추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으나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날 밤사이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예쁜 단풍이 물들기 전에 낙엽 된 나무들이

몽땅 떨어져서 땅 위로 뒹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만추풍경이 재미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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