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찾아온 가을이라는 계절이 어찌나 고마운 것인지?
폭염의 여름만 있을뿐, 끝내 가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었는데
가을은 뒤늦게나마 찾아왔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기만 했다.
그동안 가보고 싶어도 폭염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갈 수 없었던 해안가 산책로를 오랫만에 나가봤다.
이맘때면 예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억새꽃도 보고싶었고
이런 저런 '갯'자 붙은 해안가 주변의 야생화도 보고 싶었지만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는 예쁜 꽃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폭염과 가뭄이란 것이 해안가에도 큰 영향을 준듯 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산책로는 꽃이 없어도 걷기 좋았을뿐
그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었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그럴듯한 가을꽃은 보이지 않았다.
익어가는 열매들과 여름내내 지쳐버린 몇 종류의 꽃만 있었으나
그것도 사진찍기에는 해안가라서 좋기만 했다.
바닷가의 모래와 자갈이 섞인 울퉁불퉁한 해변을 걸으면서
야생화 보물찾기를 하다보니
자갈밭에서 생각치도 않았던 보랏빛 순비기나무꽃을 만나게 되었다.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까지만 꽃이 피는 줄 알았던 것도 나의 착각일뿐...
9월 중순의 해안가에서 만난 순비기나무꽃들은 여전히 예쁜 모습이었다.
부산 기장해안의 오시리아 산책로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이 쭉뻗은...
아주 걷기좋은 산책로 였다.
이렇다할 예쁜 꽃은 없었어도
억새꽃이 만발한 해안 산책로는
머릿속 깊은 곳 까지 힐링되는듯 했다.
코발트빛 하늘과 바다 그리고 억새...
혼자 걸어가는 것도 그럴듯한 분위기였다.
갯바위와 갯바위 틈새로 보여지는 하얀등대는
기장해안가 연화리 등대였다.
해안가 자갈밭에는
며느리 밑씻개풀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하얀 색깔의 며느리 밑씻개풀 꽃은 처음 만났다.
며느리 밑씻개풀 꽃은
들이나 숲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해안가 자갈밭에 그렇게 많은 것도 처음 봤다.
며느리 밑씻개풀 꽃의 하얀꽃도 진짜 예뻤다.
하얀색이나 연한 분홍색의 밑씻개풀 꽃의
시어머니 질투 섞인 전설은 어이없어서 생략...
꽃말은 '시샘, 질투'였다.
연한 분홍색의 밑씻개풀 꽃
오시리아 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바닷가로 내려가서 자갈밭을 걸었다.
또다른 야생화를 찾기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미 꽃이 사라지고 없는줄 알았던
보라빛 순비기나무꽃을 만났다.
한 두 포기가 겨우 남아 있는 것이 아닌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순비기나무꽃들은
여전히 예쁘기만해서 반갑기만 했다.
순비기나무꽃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여전히 예쁜 모습은
혼자보기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순비기나무는 마편초과에 속한 관목으로
태평양과 아시아, 오세아니아가 원산지이며
해안가 모래에서 서식하는데...
식재료로 사용할 때에는
열매를 약재로 쓰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순비기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낮게 자라기 때문에
지피식물이나 해안가 도로변의
피복용으로 심기에 적당하다고 한다.
초여름에 보라빌꽃이 필 때는 예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렇듯 열매가 익어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9월 중순의 가을에는 까만 씨가 맺혀 있음도 신기하기만 했다.
한방에서는 순비기나무 열매를 '만형자'라고 하여
약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가을에 열매가 익은 것을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후
그대로 쓰거나 불에 볶아서 쓴다고 한다.
효능은 해열, 진통, 소염, 두통완화
순비기나무 열매는 10g정도 볶은 다음 달여서 마시기도 하고
잎과 줄기를 설탕에 담가서 효소를 만들며
베개 속 안에 말린 열매를 넣기도 하는데
나무의 무엇 하나 버릴수 없는 약효가 좋은 식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순비기나무는 찬음식이라서
몸이 차거운 사람과 소화력이 낮은 사람은
섭취에 주의 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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