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동짓날에 먹어보는 팥죽

nami2 2023. 12. 22. 22:33

동지(冬至)는 24절기 중 스물두번째 절기로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끓여 먹거나 팥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는데....
예전에는 작은 설이라고 할 만큼

동지에는 집집마다 붉은 팥죽을 먹고 나쁜 기운을  씻어내며
팥죽을 끓여 집과 길에 뿌린 후, 나쁜 기운(악귀)이 사라지게 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고 한다.

더구나 동짓날에는 몹시 추워야 풍년이 든다고 한다는데
며칠째 혹독한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는 것이

꽁꽁 얼어붙은 땅속의 병해충이 얼어죽어서

다음해에는 농사가 더 잘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데 올해는 애기동지라고 해서

팥죽보다는 팥떡을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1년에 한번뿐인 동지 였기에
팥떡 보다는 팥죽이 먹기 좋을 것 같아서 팥죽 끓일 준비를 했다.

동지는 음력 11월 1일부터~10일 까지 애기동지 이며
음력 11월 11일 부터~20일 까지는 중동지이고
음력 11월 21일~말일 까지는 노동지 라고 했다.

올해 2023년 동지는

분명 '애기동지'이지만 절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기 때문에
팥떡 보다는 팥죽이 맛있을것 같아서
절차와 풍습과는 상관없이 별미의 팥죽을 끓여봤다.
또한 요즘의 팥죽은 아무때고 시장의 죽집에서 사먹을수는 있지만
이상할 만큼 팥죽은 동지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음은
나혼자만의 생각인가 웃어본다.

며칠째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였다.
주변을 살펴보면 꽃이라고  생긴 존재들은
국화 빼놓고는 이제 아무 꽃도 보이지 않았다.

 

영하 8~9도 라는 것이 꽃들을 몽땅 초토화 시켰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꽃들은
국화라는 것에 숙연해질 정도로 할말이 없어졌다.

일년에 딱 한번뿐인, 내가 생각하는 동지는
이런것 저런것 모두 생각하지 않고
오직 팥죽 먹는 날로 인식이 되어왔다

사람들이 한마디씩 '애기동지'여서

팥죽을 끓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거나 말거나

마트에서 국내산 팥을 사왔고
혹시 팥에 돌이라도 들어 있을까봐 염려스러워
돌을 골라내는 옛방법을 시도 해봤다.

그리고 12시간 정도 팥을 물에 불렸다.

그리고 체질에 찹쌀이 맞지 않아서 멥쌀을 불렸으며

찹쌀이건 멥쌀이건 새알은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새알이 들지않은 팥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팥은 생각보다 훨씬 효능이 좋았다
동지 덕분에 일년에 한번 건강식을 먹는다는 것이 감사했다.

팥의 효능은
혈압조절, 소화개선, 항산화효과 ,변비개선, 피부미용 
그리고 항균, 항염,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팥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팥죽을 끓일 때는
팥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면
일단 첫 팥물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불에 올려놓고 팥이 끓기 시작하면서
2분 정도 끓인 팥물을 몽땅 버렸다.

그리고 물을 넣고 팥이 푹 무를때 까지 끓였다.

 

평소에 아무리 아파도 죽이라고 생긴 죽은 뭐든지 못먹는
괴상한 입맛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유일하게 먹는 것이 팥죽이라서 다행이었다.

 

팥죽을 끓이는 첫번째 이유는
팥 냄새가 집안 가득 넘쳐난다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너무 늦게 동치미를 담갔기에
아직 동치미가 맛이들지 않아서
팥죽 먹을때 함께 먹는 동치미가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날씨가 얼마나 추웠던지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다보니
길가의 얼음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오랫만에 보게 되었다.
따뜻한 해안가 지방에서 길가의 얼음은

진짜 보기 힘든 것인데, 올해는 꽁꽁 많이 얼어붙어 있다.

 

날씨가 추웠어도 걷기 운동은 해야겠기에
무조건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니
이런 좁다란 들길도 걷게 되었다.

*팥의 붉은 기운은 뜨거운 기운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팥이라는 것이 삿된 기운을 막아주며

악귀를 물리치는 축귀(逐鬼)의 기능도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한다.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따르면
공공씨(公工氏)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을 일으키는 귀신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붉은 팥을 무서워 했기 때문에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끓여서 역귀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한 팥은 겨울철에 쉽게 피로해지는 우리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역활을 하므로
추운겨울 음력 11월 동지 쯤에  즐길수 있는 별미가 되기에
팥죽을 끓이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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