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길 따라서 하얀 등대 까지

nami2 2023. 12. 27. 22:19

그동안 얼마나 추웠던지?
따뜻하다고 했던 동해남부 해안가도 요즘은 옛말이 된듯

진짜 많이 추웠다는 것을 강조해 본다면
주변에 보여지는 꽃이라고는 퇴색되어 가고 있는 국화꽃과
얼었다가 녹은 얼음꽃 같은 동백꽃뿐 그외에는 꽃이 보이지 않았다.

사실 겨울날의 걷기운동은  
메마르고 삭막한 겨울 풍경뿐이라서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걸어야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부담 될 때도 있었다.
성인병은 왜 걸렸던 것인지?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며 건강관리 잘못했던 젊은 날을 탓해봤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고 침을 뱉는 격이라 생각하며 웃어본다.

어째튼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곳은 많다", 그것도 누가 지어낸 말...
요즘은 걷기 위해서 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곳은 겨울바다였고, 집주변에서 해안가 까지
걸어보는 것으로 목적지를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집 주변은 부산 갈맷길 1코스 2구간이었다.
그 길을 일년 내내 외면하고 지내다가 늘 겨울만 되면

갈맷길을 찾는 내 자신도  우습지만

그래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겨울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해안가라도  걸어봐야 하지 않겠나 애써 핑계를 대본다.

걷기운동의 목적지는 이곳 하얀등대 까지로 정해봤다.
2시간 남짓을 걸어야 하는데...
매일같이 집 주변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도는 것도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집에서 해안가 까지 걸어가려면
들판을 지나서, 시골동네를 지난 후 산 길을 걸어가야 했다.
호젓한 길이지만 두렵지 않는 것은
해안가 마을로 가는 자동차 행렬이

끊임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라도 걸을만 했다.

산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서
세번의 산모퉁이를 돌게 되면
산 길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부지런히 흙먼지 나는 산길을 걸었다.

세번째 만나게 되는
마지막 산모퉁이를 돌게 될 때 쯤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게 된다.
살았다~~라는 긴장과 함께,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 산모퉁이를 돌아서
해안가로 가는 아스팔트길로 진입하면
실버타운도 지나고
마을 회관 앞도 지나가면서
멀리 하얀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포구 앞의 어느 카페앞을 지나다보니
아기자기한 것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리집 베란다에 있는 똑같은 다육이들인데
이곳에서는 추운 겨울에
밖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러종류의 다육이가 아닌
똑같은 녀석들이  

카페 주변을 예쁘게 만든다는 것이 진짜 놀라웠다.

 

창틀 앞에도 뜰앞에도
이렇게 장식되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카페 입구에도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지루하지 않고 예뻐보였다.

작은 포구앞의
어촌 마을을 기웃거리다보니 멀리 방파제가 보였다.
아무래도 저곳 까지는
가봐야 하지 않겠나, 발걸음이 바빠졌다.

갈매기라고 하기 보다는
겨울철새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검은 물닭들속에는
청둥오리도 제법 눈에 띄였다.

마침 바닷물이 어느 만큼 빠져나가서인지
갈매기들이 갑자기 섬이 되어버린
바다에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두호마을의 유래

이곳 두호마을은 신라시대에는 연해방비(沿海防備)를 위한 요새로

토성을 쌓아, 토성 아래 두모포항 만호영의 석축성이었다.

사방에 대나무가 자생하여 '죽성'이라고 하였고, '듬뫼, 드매'라 불리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중기 부터는 염분마을로 불리다가

1454년 세종실록 등 1530년 동국여지 승람에는 '두모포'영에

수군 만호가 설치되어 수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1510년 조성된 두모포 성지와 신라 때 토성, 국수당, 어사암 남산봉수대

윤선도 유배지, 왜성 등 역사 유적지가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산교육장인 마을로

1914년 3월1일 기장현 죽성리 두호마을로 불리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검은 물닭들과 청둥오리들이 놀고 있는 강물과
갈매기들이 놀고  있는 바닷물과 만나는

작은 포구는 참으로 평화롭게 보였다.

해녀촌이 있는 작은 포구

바닷바람은 세찼지만 파도는 없었다.
작은 고깃배에는 그물을 정비하느라
어부들의 바쁜 손길이 눈에 띄였다.

한적한 해안가에서
낚시대를 바다에 넣어놓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만나게 되었다.
고기를 얼마나 잡았나, 기웃거리고 싶었지만
혼자만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얀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 바라본 포구는
조금 날씨는 추웠지만  참 평화스러워 보였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고산 윤선도가 유배와서

이곳의 포구에서 낚시로 고기를 잡으며 세월을 보냈고
멀리 보이는 마을 뒷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마을 사람들을 돌봐줬다는 이야기가
황학대 입구 안내판에 적혀 
*황학대는 고산 윤선도 유배지 였으며, 포구 앞쪽의 바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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