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해안가에 생선 사러 가던 날

nami2 2023. 12. 21. 22:36

오늘 아침 날씨는

며칠 전에 예보 되었던 기온과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영하 8도라는 기온은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추웠던 날이었는데...
몹시 추운 날에 바닷가 풍경이 보고싶다고 해서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해안로를 따라서 무작정 가보자고 했다.
춥다고 움츠리면서 집콕을 하고 있자니
할 일 없이 그냥 따분할 것 같아서 선뜻 승락을 한 후 길을 나섰다.

추운날에 무작정 달려가보기로 했던 해안도로는
집 주변 기장군청 앞에서 부터 시작되는 31번 해안도로였으며
집 앞에서 부터 30분 정도 자동차로 달려 갈 수 있는 동해남부 해안로였다.
또한 31번 동해남부 해안로는 울산 쯤에서 7번 국도에 연결되어서
강원도 고성 까지 갈 수 있는 해파랑길이며
동해안을 끝도없이 달려 갈 수 있는 멋진 해안도로였다.

우리의 목적지는 동해남부 해안도로의 동백 항구를 지나서
신평 항구 그리고 칠암 항구 까지 가서 생선을 사는 것인데....
기장 어시장에서 이런저런 생선을 살 수도 있었지만
칠암 항에서는 갓잡아 온 생선이 해풍을 맞고 건조 되기 때문에
그다지 비린내를 느낄 수 없는 반건조 생선을 사기 위함이었다.

동해남부 해안선을 따라 가면서
내가 가장 멋진 곳이라고 찜해 놓은 곳은
동백이라는 어촌 마을의 동백항구였다.

 

이곳에 서있는 등대가 마음에 들어서
겨울날에 해안로를 걸을 때는
이곳 동백마을에서 늘 커피 한잔을 하게 된다.

이곳 동백항의 자갈밭은 수석 하시는 분들이
자갈 속에서 보물을 찾는 곳인데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영하 8도의 기온이라면
이곳 사람들은 누구나 문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
모두들 추위에 적응을 못하기 때문인데..

쬐끔은 별스러운 여자 둘이서
몹시 추운 날에 바다를 보겠다고
아침 부터 길을 나선 자체가 우습기도 했다.

이곳은 개울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인지
바닷물은 멀쩡했으나
개울물은 얼음띠가 둘러쳐져 있었고 살얼음도 볼 수 있었다.

인기척 조차 없는 추운 날의 겨울바다는
심장이 멈춰질 것 같고
머리가 띵할 만큼 추웠으나
그래도 속이 시원할 만큼 상쾌하기도 했다.

테트라포드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와
검푸른 겨울 바다 색깔은 그냥 멋졌고
같이 갔던 이웃은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사진 찍는 내내, 손이 너무 시려웠다. 

빨간 등대를 중심으로
하늘과 바다는 그냥 검푸른 색이었다.
그래도 수평선 쯤에는 멋진 구름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동백마을에서 부터 해안선을 따라서
자동차로 달려가다보니 칠암항구에 도착했다.
드넓은 광장 같은 해안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선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해풍에 건조되는 오징어가 가장 많았다.

오징어, 붕장어 ,물메기, 가자미...
풍경 자체가 풍성했으나
이상할 만큼 비린내는 느끼지 못했다.

이래서 겨울 해안가에서

건조되는 생선들을 사러 가는 것인가보다.

 

이곳은 오징어와 붕장어가 가득했다.

기장 앞바다에서 잡히는 갈치도 있었고 
윤기가 흐르는 참가자미는 욕심이 났다.

민어조기 ,침조기, 참가자미, 코다리...
기웃거리니까 생선을 건조하시는 분이
정확하게 생선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우선, 민어조기와 반건조 갈치도 샀고
같이 갔던 이웃은
반건조 대구와 참가자미를 샀다.

그러나 붕장어는

그다지 좋아하는 생선이 아니라서 그냥 못본체 했다.

까다로운 나의 입맛은 물이 흐르는 싱싱한 생선은 좋아하지 않고
비린내 나는 생선은 더욱 싫어 하는데
나이가 들면 꼭 생선을 먹어줘야 한다고  하니까
어쩔수 없이 반건조 된 생선이라도
먹어보려고 일부러 해안가를 찾게 되었다.

항구 옆 넓은 광장에는 온갖 생선들이
해풍에 의해 건조 되고 있었고
그 뒷쪽 바다에는  저렇게 멋진 등대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마침 해안가에 갔을 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5분 동안 통화 하는 동안에 어찌나 손이 시려웠던지
그렇게 손이 시려웠던 기억이 언제였던가?
겨울에도 따뜻하다고 은근히 자랑질 했던 것이 쏙 들어갈 만큼
오늘 아침, 해안가의 추위는 진짜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때
자동차 뒷좌석에는 두사람이 샀던 생선들이 가득했다.
물메기, 참가자미, 갈치,  대구, 민어조기...
모두 반건조 된 생선들이라서 비린내는 없었고
손질 잘된 것들이니까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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