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억새가 있는 가을 해안가

nami2 2023. 10. 10. 22:27

지긋지긋할 정도로 너무 더웠고, 비가 내리는 날이 숱하게 많았던

여름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인지?
동해남부 해안가의 날씨는 늘 흐림이었고
예보도 없이 비가 내리는 것은 가을이 깊어가거나 말거나 여전했다.
언제 비가 내릴지 몰라서 우산은 항상 휴대용이 되었긴 했어도
하늘은 아주 가끔 산책하기 좋은 날을 보너스로 만들어 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우산을 손에 들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집 주변의 해안가를 찾아가봤다.
왜냐하면 이맘때의 해안가에는 어느 들판 못지않게

억새가 하얗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알바하러 가는 부담감이 있는 피곤한 해안길이 아닌...

나혼자라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해안가는 분명 보약 같은 날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혼자서라도 전혀 쓸쓸하지 않는 그 해안길은
억새가 있어서 사진찍는 것만으로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날이었다.

모처럼 나가봤던 해안가는
바람도 불지 않아서 좋았고
빗방울 떨어질 기미조차 없어서 일단은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나 날씨는 그다지 화창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없는 길....
하얗게 피어서 바람이 불면 훅~~날아갈 것만 같은

은발의 억새가 있는 해안길은
혼자서도 아주 걷기좋은 그런 즐거운 길이었다.

해안가에 나와보니 억새의 색깔도 다양한 것 같았다.
억새라고 하면 모두 같은 것인줄  알았건만
물억새, 참억새, 금억새, 억새 등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억새는 다 같아보였기에 그냥
억새가 있는 풍경에 취해보았다.

해안가에  혹시 가을 야생화라든가

해국 꽃이 피었는가 아무리 살펴봤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가을 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천문동 열매가 아주 예쁜 모습으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해안가는 다른 곳보다 해풍이  거세기 때문인지
이미 억새는 제멋대로 산발한 은발이 되어서

꽃씨가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되었다.

해광사 용왕단이 있는 해안가에도

가을 야생화는 단 한포기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약간 실망이었다.

이곳을 찾아갔던 첫번째 이유는 야생화 찾기였다.

 

억새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각지 산과들

산기슭 양지  초원이나 길가 둑에서 자생한다.

멀리 기장 대변항과 기장 연화리 해안이 보인다.

 

 

해안가에 핀 사데풀꽃도 이제는 거의 끝물이 되었다.
그래도 특별하게 꽃이 없는 계절에는
노란꽃이 유난히 돋보이는 꽃이다.

해안가에 무더기로 꽃다발 처럼 예쁘게 피고 있는 꽃이 있었다.
그다지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해안가에서는 그래도 아주 잘 어울리는것 같았다.
미국 쑥부쟁이 꽃이었다.

우후죽순 처럼 어느 곳에서도 번식력이 좋은...

미국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이라고 한다.

 

일반 억새와는 약간 종류가 틀린듯...
혹시 참억새가 아닌가, 물억새가 아닌가
눈여겨 봤지만, 눈뜬 장님처럼

그저 사진만 찍으면서도 궁금증은 여전했다.

이제서 막 피어나는 억새꽃도 차분하게 예뻐 보였다.
아직은 해풍에 시달리지 않은듯...
해안가에 피고 있으니 '물억새꽃'인가 또다시 갸우뚱이다.

억새의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이라고 한다.

시간 날때나 마음이 울적할 때 가끔씩 찾아가서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수 있는 곳이 집 주변에 하나쯤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마음의 위안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저 나의 숨겨놓은 비밀정원 처럼  

일년에 몇번씩 찾게 되는 이곳은 기장 대변항을 지나서

연화리 해안을 지난 후 '오시리아' 해안길이라는 예쁜 길이다.

 

혹시  해안가에 해국이 피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찾아갔더니
아마도 해국은  10월 중순쯤에나 피지 않을까,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그대신 해안가 가득 피어있는 가을 분위기의 억새 덕분에
줄거운 시간을 갖게 된 것을 다행이었다고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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