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변덕이 심한 해안가의 가을

nami2 2023. 10. 9. 22:31

하루해가 점점 짧아지는 싸늘한 가을날이다.
일교차도 제멋대로 들쑥날쑥이다보니
가을걷이 끝낸 들판도 하나 둘 자꾸만 허전한 느낌인데...
해안가의 가을은 그다지 큰 변화는 없으나 알 수 없는 쓸쓸함이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속을 참으로 을씨년스럽게 넘나드는 것 같았다.

이곳은 가을이 무척 길고 겨울이 아주 짧은 동해남부 해안가이다.
겨울이 되어도 눈이 절대로 내리지  않는...

그런 바다가 크게 자랑할만 것은 못되지만, 그래도 허구헌날

변덕을 부리는 바다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늠이 안될때가 있다.
그래도 바다이니까 그러려니 해보지만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는 황당할 만큼 두려움도 있었으나

또다시 호수 처럼 잔잔해지는 바다는 칭찬도 해보는데, 요즘은  시도때도없이  
미쳐서 날뛰는 것을 종종 바라보면서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검푸른 바다는 겨울 바다 처럼 쓸쓸해 보이지만
그래도 바다를 바라보면 그냥 마음 한 켠이  편안해지는 것은
변덕이 너무 심할지언정

이제는 삶 자체가 해안가에 잘 적응되고 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단풍도 물들지 않고 낙엽도 떨어질 것이  없는
해안가에는 이렇다할 나무가 전혀 없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가는지, 겨울이 찾아오는지는
해안가에서 피는 꽃으로 가늠해본다.

 

아직은 '왕고들빼기' 꽃이 피고 있어서 전형적인 가을이고
해국'이 피기 시작하면 늦가을임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털머위'꽃이 피기 시작하면 아주 추운 가을이라는 것....
그저 아주 검푸른 바다를  보면서 추운 겨울이라는 것도 실감하게 된다.

요즘 해안가에서 가장 많이 피고 있는 꽃은
왕고들빼기 꽃이다.
바다는 점점 더 짙은 푸른색이 되고 있다.

웬지 바다가 쓸쓸해 보인다는 것은

억새가 피어 있기 때문이라고 핑계대고 싶었다.

해안가에 핀 억새가 하얀색으로 바람에 날릴 때 쯤이면
그때는 해국이 피기 시작하는 늦가을이 된다.

해안가에 피어 있는 배초향 꽃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비가 날아들었다.
나비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종류별로 10마리 정도는 꽃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어제는 잔잔한 바다가
오늘은 미쳐서 날 뛰고
아마도 내일은 또 어떤 형태가 될런지?
늘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이해가 안된다.

이렇게 심하게 파도가 밀려오면서
주변이 엉망이 되면
내복을 입어야 할 만큼 심하게 추웠다.

그래서 해안가에 볼 일이 있을때 허술하게 옷을 입고 가면

꼼짝없이 감기환자가 되어서 비실비실이다.

 

바다가 뒤집어지면
어시장에는 싱싱한 해산물은 구경도 못한다.
고깃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8월 말 부터 피기 시작하던 '사데풀'꽃도 어느덧 끝물이 되었다.
민들레 처럼 하얗게 홀씨가 날리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사데풀의 꽃말은  '친절'이다.

어느집 뜰앞의 칸나꽃이 또다시 피기 시작했다.
여름 부터 피는 꽃은 끝도없이 피고지고 한다.
칸나의 꽃말은 '행복한 종말, 존경'이다.

10월이 되면서
실유카꽃도 새롭게 피고 있었다.
꽃피는 시기가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도 없지만
그저 꽃이 피면 예쁘고 반갑기만 했다.
실유카 꽃말은  '끈기, 강인함'이다.

불과 12일 전에 퇴근을 해서
마을 버스를 기다리며 찍어본
오후 6시 풍경 사진이다.

12일 전의 해안가 풍경은
수평선 쯤에 붉은 석양빛이 맴도는듯 하면서

웬지 평화스러운듯한 포구의 모습이었다.
이때의 시간은 오후 6시...

그런데 12일 후의 해안가 풍경은 이렇게 변했다.
정확한 시간은 오후 5시 55분...
하루 해가 얼마나 짧아졌는지는

빠르게 찾아오는 어둠으로 가늠이 된다.

어제 알바를 끝내고
마을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어본 오후 6시 풍경이다.
물론 비 구름이 가득 차있는 바다 위의 하늘이 

신비스럽고 멋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냈다.


평소에는 어두워지는 저녁시간에는

퇴근하면서 버스 타러가기 바빴고, 웬지 피곤함과 서글프다는 생각에  

그동안 단 한번도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보니 어둠이 깃든 바다 역시
참 괜찮은 풍경이었음을 새삼 자랑할만 했다.
그런데 사실은

어둠이 깃든 해안가에서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춥고 쓸쓸해서

딴짓이라도 해야만 지루하지 않아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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