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여행

산청 남사예담촌, 이씨고가

nami2 2022. 11. 15. 21:53

긴 가뭄끝에  아주 흡족하게 내려 주었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는
싸늘함을 몰고왔지만, 텃밭의 채소들을  더욱  싱싱하게 했다.
그러나 찬비가  내리면서  시큰둥해진  몸의 컨디션은
이틀째 비실비실...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괜한 생각을 해봤지만
열이 나지 않는...침을 삼키면  목이 아프고, 온몸이   욱신욱신하며
으실으실 춥기만한  심한 감기몸살이었다.

내몸  내가 알아서  건강관리 한다고  늘 자신했었지만
또다시 방심한 사이에  불청객  감기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놀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어디가 아프게 되면 느껴지는,  혼자라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웬지 '독거(獨居)'라는 단어에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살아야지,  일어나야지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서 무언의  약속을 해본다.
그리고  찬바람을 쐬러 공원으로 나갔더니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은  왜그렇게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지
스산한 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드는듯, 만추의 저녁풍경은 쓸쓸하기만 했다.

저녁 산책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던  공원길은 어느새 만추의 분위기가  꽉 찬듯 했다.

엊그제 다녀온 남사예담촌의  X자 회화나무 밑으로 들어가면

긴 담장을 따라서 이씨 고가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드라마 '왕이된 남자'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씨 고가 대문은

북쪽을 향해 조금 낮게 만들어졌는데, 왕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숙여 충성을 다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285-2

이씨 고가는  1700년대의 건축물로 경남 문화재 제118호로서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라고 한다.

 

대문입구의  회화나무는  수령이 450년이 되었는데
조선의 인조 임금으로 부터 하사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 마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서  줄기 아래  커다란 구멍이

배꼽을 닮아서  삼신할머니 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인들은  이곳 회화나무 아래 배꼽 구멍에

손을 넣었다 빼면서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삼신할머니에게

기원을 한다고 전해온다.

 

이씨 고가의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문

측백나무의 수령은 알수 없었으나  꽤 오래된 나무로 보여졌다.

이씨 고가 안채는 18세기 초기에 건축했고

사랑채는 20세기 초기에 건축한 것으로

안채와 사랑채는 건립한 시기가 200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안채는 전형적인

남부지방 '일자(一자)형' 구조로 정면7칸 측면 3칸 규모의 집이다.

 

담장아래 장독대가   늦가을 분위기를 만든다.

이씨 고가는  태조 이성계의 딸 경순공주가 결혼한 

경무공 이제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살아온 집이라고 하는데

이성계 사위 인 경무공 이제의 후손들이

12대 진사와 천석을 누렸던 곳으로 17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한다.

 

고가의 안채 마루의 풍경들이 오밀조밀한 풍경들이다.

선반 위에 놓여진 작은 단지들과 여러종류의 소품들이

옛정취를 물씬 풍기게 했다.

 

안채 툇마루 밑의 아궁이가  인상적이었다.

어릴적 외갓집에서 

건넛방 아궁이에 군불을 때시던  외할아버지 생각이 스쳤다.

 

이씨 고가는 명당 중의 명당에 위치한 탓인지

6,25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되었을때

이씨 고가는  멀쩡했었다고 한다.

 

안채 뒷곁 창문에서 사랑채 까지

일직선으로  보여지는 풍경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뒷곁에서 바라본  측백나무의 우람한 모습

길고 긴 돌담장은 고택과 참 잘어우러졌다.

돌담장 위에 늘어진 담쟁이 넝쿨이

이곳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이씨 고가는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익랑채, 곳간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배치된 가운데

왼편으로는 '사당'이 있었다.

 

사당은 담장을 둘러 독립적으로 배치 하였으며

사당은 안채의 부엌에서 부터 먼곳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씨 고가에서는 사당을 가깝게 둔 것이 특이하다. 

 

사랑마당의 북쪽으로 정면4칸 측면 2칸반의 팔작지붕의 사랑채가
동남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안채와 앞 뒤로 나란히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살며,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인데

이씨 고가의 사랑채는 안채 처럼 주로 주거용으로 쓰여졌다.

사랑채의 내부는  안채의 내부와 비슷한데

지붕아래에 방을 두줄로 배열하여, 앞쪽으로는 생활하는 공간을 두고

뒷쪽으로는 생활용품이나 가재도구 등을 보관하여 

공간을 둔 겹집으로 꾸며졌다.

 

고풍스런 풍경들 앞에서 고택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었다.

사랑채 마루에서  안채 마루까지 일직선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사랑채 안마당 한가운데에  불쑥 올라온 굴뚝의 위치는

풍수적으로 용이 지나가는 자리여서

용이 이 굴뚝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부자 경주 최씨도

남사예담촌 이씨 고가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용꿈을 꾸고

그 후에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온다.

 

이씨고가의  아름다운 감나무의 감들이
측백나무의 푸르름 속에서 더욱 멋스러운 모습이 되어주었다.

 

이씨 고가는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1700년대에 세운

전통적인 남부지방 사대부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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