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가을이 머무는 통도사 자장암

nami2 2022. 11. 2. 22:21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지만  동해남부 해안가의  날씨는

여전히  감기들기 딱 좋은.... 

한마디로  심한 욕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요상스런 날씨였다.
왜 그렇게  시도때도 없이, 심하게 바람은 부는 것인지?

그동안 긴장을 하게 했던 코로나가  주춤하고 있었고

거리의 사람들은  마스크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보였지만
고집스레 마스크를  쓰고 다녔기에, 마스크 덕분에
감기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 혼자만의   자신감을 가졌으나
면역력 탓인지는 몰라도  요즘들어서
자주 감기몸살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같았다.

 

한치앞도 모르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것에 자꾸만 주눅이 들면서
겨울 찬바람이 불게 되면,  감기가 어떤식으로 변할지 모르는 염려에

주사 맞는 것을  싫어해서 늘 도망다니던  경력이 많았지만
오늘 큰 용기를 갖고,  미루기만 했던 독감예방 접종을 하고 왔더니
앓던 이가 빠진 것 처럼  속이 후련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동안 통도사 산내암자 를  몇군데 찾아다니면서  

빼놓아서는 안될 곳이 있었기에 기왕 나선김에

금와보살이 계신 곳으로 잘 알려진,  통도사 '자장암'에 들렸다.

남쪽지방이라서 아직은 어설픈 단풍철이었으나

입구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래도  예쁜 단풍나무를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긴 담장가에  빨간 백당나무 열매가  

암자 경내에 들어온 것을 환영해주는듯 했다.

                  노란 털머위꽃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에는  19개의 크고 작은 암자가 있다.
그 여러 곳의 암자는 저마다의  각각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
그 중 자장암은 꽤 오래된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인  자장암의  선방

 

자장암은  신라 진평왕때, 자장율사가  바위벽  아래에  움집을 짓고
수도 하던 것이  창건의 시초라고 했다.
그 뒤의 중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고

1870년(고종7년)에  한차례의  중수를 거쳤으며

1963년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자장암 마애아미타여래존상은
2014년  10월 29일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높이 약 4m의 마애불은  1896년에  조성된 것으로  마애불 중앙에는  

아미타불 좌상, 좌 우에는  각각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음각되어 있다.

자장암 인법당 뒷곁에는 금와보살을  친견하는 거대한 석벽이 있다.

석벽 중앙에

아주 조그만  돌구멍이 있는데, 그곳으로 금와보살을 친견할 수 있다.

불심이 깊은 것인지 아닌지는  금와보살 친견 하는 것에 의견차이가 있다고 한다는데  

2006년 11월 중순  오후 4시쯤에
금와보살을  딱 한번 친견한 적이 있었다.

구멍속에서 붉으스름한 모습의  개구리(금와보살)....

정말 신비스럽고 몸둘바를 몰랐다.

나 혼자서 본 것이 아니라 우리집 아저씨도 '금와보살'을 친견 했었다.

그당시 우리는 전국의 관음성지 33곳 순례를 마쳤을때였다.

그때 자주 찾아가 뵈었던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두사람의 불심 때문에 금와보살을 친견한 것 같다고 했었다.

 

그 후로는  불심탓인지, 한번도 뵌적이 없이  늘 깜깜한
구멍속만 들여다보고  돌아서야 했다.

금와보살이 계신  돌구멍

자장암의 금와보살에 대한 설화는
자장율사가  이곳에서 수도하고  계실때
두마리의 개구리가  석벽에서 흐르는 샘물을  혼탁하게 하였다.
여느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 모양의  무늬가 있는...
부처와 인연이 있는  개구리 같았기에  자장율사는  샘물에 그냥 살게 놔뒀다.
겨울에도  잠을 자러  갈줄 알았던  개구리가 눈이오고  얼음이 얼어도  

늘 샘물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본  자장율사는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  살게 하였다고 하는데...
"언제까지나 죽지말고  영원토록  이곳에  살면서  자장암을 지켜다오" 라는
부탁을   하고는  개구리를 '금와보살'이라고 이름 하였다고...  전해 온다.

고즈넉한 자장암  요사채가 국화꽃으로 예쁘게 장식되었다.

마침 찾아갔을때는 법당에서  사시예불 중이었다.
자장암의 건물은  5동 23칸이며, 법당은  4칸의  작은 인법당이다.

 

인법당(因法堂)이라는 것은 큰 법당을  별도로 갖출수 없는 사찰에서

한 건물 안에 요사채와 법당이 같이 있거나

승려의 거처 한쪽을 법당으로  쓰는 작은 절을 말한다.

 

통도사가 위치해 있는 영축산 위의 흰구름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듯 했다.

어느 곳이라도 암자 주변에는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늘 노란 산국의 향기가 깊은 가을임을 말해주는듯 했다.

암자의 고즈넉함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듯...

천일홍의  수수한 아름다움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처음 보는 꽃도 아닌데, 유난스레 예뻐 보였다.

 

계절이 깊은 가을로 자꾸만 파고드는 것 같았다.
점점 단풍 색깔이 마음을 현혹시키는듯  했으나
한 해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왜 그렇게 서글픈 것인지?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모든이들이 다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