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극락암의 가을풍경

nami2 2022. 10. 31. 21:49

며칠동안 날씨는 계속해서 우중충이었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가을비가 시도때도 없이 내렸던 주말의 밤에
생각치도 않았던 청천벽력의  비보가 날아들어  
마음 까지 우울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뉴스를 보면서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오늘도  계속 되었고...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살이에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서러운이들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착잡해지는 마음뿐이다.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괜히 미안한 날에
무작정 길을 떠나보니  어느새 암자로  향해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었다.

오랫만에   찾아간, 양산 통도사 산내암자 '극락암'은  
아직은 완전한  가을은 아니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을의 풍경을 예쁘게  만들고 있었다. 

늦가을이면  유난히  가을 분위기를  맞춰주는 '여여문' 앞의 감나무가

눈에 띌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예쁜 모습이었다.

좀 더 시간이 흘러서 만추 때는  더욱 멋스러운 감나무 일텐데...

오랫만에 찾아온 극락암이었기에 , 그 모습은 볼 수 없음이 아쉽기만 했다.

 

극락암 영지의  홍교에 단풍이 물든 담쟁이 넝쿨이

그런대로 가을풍경을 만들어 냈다.

 

영월루 앞의 국화꽃이 반갑게 아는체를 한다.

고즈넉한  요사채   '정수보각 그리고 세수전'

삼소굴 앞을   멋지게 장식한 노란국화꽃인데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삼소굴 옆의 전각 한채가 흔적없이 사라진 모습이 낯설기만 했다.

삼소굴 옆의 '원광재'는 없어지고, 흙더미만 어수선하게 보여졌다.

 

원광재 전각이  없어진...

그 옆의 삼소굴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제멋대로 자생한 것 같은 

삼소굴 대문 옆의 화단에는  그래도 국화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경봉큰스님의  처소였던, 삼소굴은 세월이 얼마 만큼 지났어도 여전했다.

늘 댓돌위에 놓여 있던  하얀 고무신도 보이지 않는 ...

쓸쓸한 삼소굴 튓마루 앞이다.

 

삼소굴 담장 옆에  커다란  산수유 나무의 붉은 열매들이  

우울한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 해주는듯, 참 예뻐 보였다. 

통도사 산내암자 극락암은 

통도사에서 서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암자이며

근현대의 고승인 경봉스님이  주석 하셨던 곳으로 유명하다.

고려 충혜왕 5년(1344)에 창건 되었다고 전하며, 창건주는 알 수 없으며

조선 영조 4년(1758년) 지홍대사가 중건 하였고

1968년 이후 가람 전체를 경봉스님께서  중건 중수 하였다.

 

                                국화꽃

예전에는 들국화라고 했던  '산국'의 향기가  그윽했다.

 

극락암 뒷곁의  많은 녹차나무에서  제법 예쁜 꽃이 피고 있었다.

 

산속에 있는  암자에서  애기동백꽃을 만났다.

아직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애기동백꽃을  극락암에서 만났음이  신기하기만 했다.

 

애기동백꽃의 단아한  모습이 자꾸만  뒤돌아보게 했다.

볼수록  예쁘기만 했다.

 

극락암 뒤곁의  감나무에  감이  완전  다닥다닥이다.

이 많은 감나무의  감은 모두 겨울새들의 먹거리라는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의 붉은감이
극락암의  아름다운 가을을 말해주는듯  했다.

뒷쪽에서 바라본  극락암 영지의 모습은, 그 어떤 풍경보다 훨씬 멋스러웠다.
영지에 반영된  홍교의 모습도 멋졌고
담쟁이 넝쿨과 어우러진 벚나무의 단풍도
이 가을에 놓쳐서는 안된,  아름다운  한폭의 풍경화 였음을  자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