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비내리는 날의, 오이 별미국수

nami2 2022. 6. 24. 21:29

비 내릴 확률이 80%였을때도 그냥 슬그머니 지나갔는데, 비내릴 확률이 60% 정도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째서 그렇게  비 내리는 것에 대해서 인색한 것인지?

흠뻑 퍼붓듯이 비가 내린다면, 실개천이나 계곡에 물이 콸콸 쏟아져 흐를 것인데.....

그래도 텃밭에 물 퍼다주지 않아서 비내리는 것에 감사는 했지만

텃밭 옆의 도랑가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비가 내렸다면 믿을수 있을런지 

그래도 조금 내린 빗물에 텃밭이 혹시 망가지지는 않았는가 점검하러 나갔더니,  길가에 원추리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추리꽃, 기생초, 루드베키아...등등 여름꽃들은 모두 누런색깔들로  주변 풍경을 뒤바꿈 하는듯 했다.

 

오전 내내 비를 맞았던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은듯

어느집  담장가의 백합꽃도 제법 싱싱하게 예뻐 보였다.

 

텃밭의 여러종류의 토마토 중에서  '빨간색 대추방울' 토마토가 1등 테프를 끊었다.

오늘 첫 수확을 했다.

토마토는 흔한 것이지만, 우리집 텃밭에서는 1등.... 박수를 보냈다.

 

엊그제 수요일에 담근 오이지가 벌써 먹음직스런 모습이 되었다.

땡초를 함께 넣었더니 고추씨가 둥둥 물위로 떠올랐다.

유튜브에서 물없이 담그는 오이지를 따라쟁이 해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물없이 담그는 오이지였는데, 오이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신기할 만큼 너무 흥건했다.

냄새가 군침을 삼키게 했다.

그래도 냉장고에서 1개월 가량 숙성 후 먹으라고 하니까 , 유튜브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예전의 어머니가 담그는 오이지 방식으로 하려니까, 짠맛이 많이 날 것 같아서

단맛,짠맛, 신맛이 적당한  새로운 오이지 담는법을 도전해봤다.

 

어제 '살구청' 담근 것이 먹음직스럽게 된 것 같아서 병에 옮겨 놓았다.

냉장고에서 한달 정도 있다가  탄산수를 넣은 '살구에이드'로  변신 할 것 같다.

 

오이가 끝도없이 자꾸만 커져가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만큼씩  따오게 되었다.

농사를 너무 잘 지은 탓.... 웃어봤다.

옆 고랑에서 농사 짓는 텃밭지기가  그 많은 오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물어왔다.

조선오이는  오이 소박이를 담가먹고,  오이지 담그고,  가시오이는 그냥  과일 처럼 먹는다고 했다.

사실 오이 효능이 좋아서 먹기는 하는데..

입이 짧아서  조만간에 오이에게 두손 번쩍 항복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리는 날에

집에서 갇혀 있으려니까  또다시 뭔가 일을 벌려야 했기에 '노각오이'를 가지고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텃밭에서 처음으로 따온 '노각오이'였다.

 

껍질을  벗겨내고, 속을 파내고...

노각오이는  여름철에 먹는 별미반찬이라서 텃밭에  5포기를 심었다.

반찬을 만들어서 비빔국수, 비빔밥에 얹어서  먹게되면, 아삭거리는 식감 때문에 

여름철에 꽤 좋아하는 밑반찬이다.

 

속을 파낸 오이를 먹기좋게 썰어서

자이리톨 설탕 한숟갈, 굵은 소금과 식초로  절여놓았다.

 

설탕, 식초, 소금으로 절여놓은뒤,  한시간 정도 지나면  물기를 꼭 짜내면 된다.

 

워낙 흥건하게 수분이 빠져나오는 노각오이였기에

면보를 이용해서  최대한으로 꼭 짜야  꼬들꼬들한 맛이 된다.

 

물기를 꼭 짜낸 오이에

초고추장과 고추가루와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뒤적거린다.

 

마지막으로 청량고추 2개를 썰어넣고,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 한다.

 

커다란 노각오이 3개로 만들어놓은  오이무침은 겨우 이만큼이다.

오이의 절반은 수분이기에

그 많은 수분을 면보로 꼭 짜내면 꼬들꼬들 해지면서  양은 줄어든다.

 

                                    노각오이 무침

 

가시오이로 냉국을 만들고, 소면을 삶아서 

오이냉국에  소면을 넣고, 고명으로 노각오이 무침을 얹어서 먹었더니 달아난 입맛이 돌아오는듯 했다.

오이농사가 잘 된 탓에  식탁은 거의   노각오이 무침, 오이냉국, 오이소박이, 오이 된장 찍어먹기, 오이지

완전 오이타령이다.

그래도 시원하고 매콤하고 맛있는 별미국수 한그릇을 먹으면서

비가 내리는 날에  오이를 가지고,   날궂이를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그친후  밭으로 나갔다가 , 오이 2개를 또 따가지고 돌아오니 어느새 오이의 포로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텃밭 농사 7년에 오이가 이렇게 잘되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에, 그냥 비명을 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