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순의 날씨는 겉잡을 수 없이 초여름으로 가고 있는듯 했다.
아직도 피어야 할 봄꽃들은 많았고, 아직 뻐꾸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 봄날인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꽃들의 릴레이가 열흘씩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 괜히 신경쓰인다.
이러다가 갑자기 날씨의 변화로 냉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은
텃밭을 하면서 겪었던 골치 아픈 계절의 횡포였기에, 아직은 어설픈 계절 앞에서 쓴웃음을 보일뿐이다.
지난 4월1일(음력3월 초하룻날)에 통도사에 다녀오면서 찍어 놓은 사진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다보니 ,또다시 밀린 숙제가 되었다.
봄날에는 꽃들이 피었다가 사라지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야 하지만
살다보니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이 핑계였노라고 메모해본다.
음력 3월 초하룻날에
통도사 일주문 입구에서 노란 수선화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이른 봄날에 통도사를 화사하게 했던 홍매화가 사라져서
경내에는 아무런 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냥 쓸데없는 내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20여년을 한결 같이 드나들었던 봄날이지만, 벚꽃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통도사에는 한달에 한번 초하루에만 다녀오기 때문에
벚꽃이 절정일때 다녀오기란 참 힘들었는데, 올해는 벚꽃 피는 시기를 잘 맞춘듯 했다.
일주문 앞이 벚꽃 덕분에 화사한 풍경이 되었다.
산령각 담장 너머로 하얀 '조팝꽃'이 참 예쁘게 피어 있었다.
해마다 목련나무는 누군가에 의해 수난을 겪고 있는 듯 했다.
수령이 오래된 목련나무가 팔, 다리, 몸통 모두 잘려나간채 어렵사리 하얀 꽃을 피웠다.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누군가가 목련나무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닌가
마음속으로 중얼중얼 원망을 해본다.
통도사 불이문 옆에 '앵두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6월쯤에 빨갛게 달린 앵두열매를 몇개 따먹어 보았던 지난해였다.
통도사에서 가장 늦게 피는 '오향매'가 몇송이밖에 남지 않고 꽃이 모두 사라졌다.
한달에 한번 초하루에만 가다보니
꽃이 피는 시기를 맞출 수 없다는 것에, 늘 아쉬운 마음뿐이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되는 '고매'인데,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순백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 공양하고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올해도 역시 내 눈앞에 보여진 오향매는
꽃은 겨우 몇송이만 남은채, 바람에 날려 빈 쭉정이만 남은 모습이 아쉽기만 했다.
통도사 개울가에 오롯이 봄날을 즐기려 하는 '생강나무꽃'이 시선을 끌었다.
산 속에서 피는 생강나무꽃 보다는
한옥 돌담을 배경으로 노랗게 꽃이 핀 모습도 봐줄만 했다.
개울가에 핀 진달래꽃
고즈넉한 요사채 뒷곁에서 화사함을 잃지 않은 진달래꽃!!
봄날에 볼 수 있었던 통도사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홍매화가 사라진 봄날의 통도사 풍경이 참 쓸쓸할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다시한번 미안한 웃음으로 대신해본다.
벚꽃이 아름답게 핀, 화창한 봄날의 통도사 풍경이다.
지금은 흔적없이 사라졌을 벚꽃이 핀 통도사 풍경은, 불과 열흘 전이었다.
그동안 오랫동안 통도사를 다녔어도
봄날에 이렇게 멋진 모습은 참으로 오랫만에 볼 수 있었다고 감탄을 해본다.
완전하게 만개한 통도사 벚꽃을
음력 3월 초하룻날에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자랑해본다.
통도사 일주문
통도사 성보박물관 주변에 '앵두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올해는 통도사에서 홍매화는 제대로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벚꽃과 앵두꽃이 마음의 짐을 덜어준듯, 참으로 화사했던 음력 3월 초하룻날이었다.
통도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속에서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절정의 순간이었던 벚꽃나무 아래의 예쁜 앵두나무꽃....
다만 날씨가 조금만 화창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봄날의 날씨는 하루에도 열두번이나 바뀐다는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쁜 풍경앞에서 마음을 다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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