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불광산 장안사 4월 풍경

nami2 2022. 4. 22. 21:16

봄을 맞은 연두빛 나뭇잎들이  점점 푸른빛이 되어가고 있는, 싱그러운 4월 중순의 날씨는 봄날이 아니었다.

마을버스에서 내린후 20여분 동안, 장안사로 들어가는 숲길은 초여름의 날씨가 된듯  무덥기만 했다.

햇볕은 쨍쨍이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는 걷기도 힘들었다.

가방속에 들어있던 생수병 한통을 거의 비운 후에 도착한 장안사는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음에  짜증스러울 만큼 더웠던 느낌이 싹 가셔지는 것 같았다.

 

부처님 오신날인 초파일을 보름 정도 앞두었기에, 불광산에 위치한 장안사에 연등을 달기 위해서 갔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웅전에 빨간 연등을 달고 돌아서서  평온한 미소를 짓는데

내가 달아야 하는 등은  대웅전의 빨간 연등이 아니라, 지장전에 달게 되는 하얀 영가등이었다.

떠나간 사람의 극락왕생을 비는 하얀 영가등을 달고 돌아서는 마음은 언제나 착잡하지만

그래도 나의 간절한 바램이 부처님 곁 까지 전해져서  부디 극락왕생 하길...

초파일을 앞두고 ,올해로 4번째 달아보는 하얀 영가등의 염원이다. 

 

주말이 아닌 평일의 한낮,  장안사 주차장은 한산했다.

기장군 불광산 자락에 고즈넉한 전경으로  자리잡고 있는,장안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4교구 본사 범어사 말사이다.

 

도로 양 옆으로 산이 깊은, 장안사로 가는 길은  혼자 걸어도 쓸쓸하지 않은  편안한 길이었다.

 

어느 곳에도 벚꽃이라고는 흔적조차 없는데

장안사로 들어가는 초입을 지키고 있는 산벚나무가 정말 말그대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산벚나무는 

해마다 모든 벚꽃들이 사라지고 나서 뒤늦게 꽃을 피운다는 것이 신기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마음은 즐겁게....

마을버스에서 내린후, 20여분을 혼자서 산길을 걸어가며

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겁쟁이의 두려움과  혼자였기에 느껴지는 쓸쓸함을  떨치게 된다.

 

지나간 설명절 전에 다녀간 후, 오랫만에 찾아간 장안사였다.

코로나 핑계대고, 요즘은 법회에 참석을 하지 않다보니 뜸했던 발걸음이 죄스럽기만 했다.

 

장안사 천왕문 앞에서 바라본  장안사 경내가  참으로 예뻐 보였다.

연두빛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형형색색의 연등과 너무 잘어울린듯 했다.

 

장안사 경내의 뜰앞에 핀 '매발톱'꽃

 

                매발톱꽃

 

대웅전 옆, 돌담장에 곱게 핀 '자목련'이 4월 풍경을 예쁘게 만들었다.

 

장안사 대웅전 뜰앞에서

10여년 동안 변함없이 꽃을 피우는 '봄맞이'꽃이  봄날의 상징이 되는 듯 했다.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한 '봄맞이' 꽃을 보려면  장안사로 가면 된다.

 

장안사 대웅전 뜰앞의 예쁜꽃은 또 있다.

하얀 목련은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곧 초파일 쯤이면 '작약꽃'이 정말 멋지게 만개하려고,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준비중이었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불광산 자락은 언제 바라보아도  멋진 풍경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초파일을 앞둔, 장안사 경내 풍경이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부산 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에 위치한

불광산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인데

처음에는 쌍계사라고 했다가  애장왕(800~809년)이  다녀간 후에 장안사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숲길에서 만난 '삼색병꽃'이다.

삼색병꽃은  한 나무에 세가지 꽃 색깔을 나타내는데, 같은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동안에

3단계로 색의 변화가 나타난다.

 

삼색병꽃이 처음에 피기 시작 할때는 황록색으로 피다가

꽃의 앞면과 뒷면이 색깔이 노랗고, 붉은색이었다가 , 꽃이 질때면 붉은 색으로 변하게 된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므로 한 나무에 두가지 색깔의 꽃을 같이 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병꽃 종류는 우리나라에 다섯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길에서 만난 '삼색병꽃'이 웬지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느새 꽃이 지고 있었기 때문에

싱싱한 병꽃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산비탈에 피어 있는 삼색병꽃을 위험한줄도 모른채,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서  사진을 찍게되었다.

원래는 5월초에 꽃을 볼 수 있는데

올해는 모든 꽃들이 일찍 피었다가 사라지는 희한한 세상이 된 것이 유감스럽기만 했다.

산길에는 이맘때 볼 수 있는 붉은 병꽃도 꽃이 졌고, 연달래꽃도 모두 땅에 떨어진 모습이었다.

 

소나무의 꽃인 송화가 아직은 통통 여물었다.

송화가루가 날리려면, 장안사 숲길은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어린시절에는 송화를 한주먹 훑어내서, 입에다 넣고 씹어서 단물을 빼먹고 뱉어낸 기억이 어렴풋하다.

동네아이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쟁이 해봤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보약이 아니었나 해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처마끝의 풍경소리가 뎅그렁 거릴 때마다 마음의 평온을 전해주는듯 했다.

사진으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표현이 안되었지만

바람이 불때마다 댕그렁 거리는 모습이 좋아서

지장전 법당에 들어가서 기도 하는 것도  잠시 잊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