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임인년, 통도사 겨울 풍경

nami2 2022. 2. 7. 21:28

양력으로는 2월3일이지만

음력으로 새해 첫날은 설명절이어서 갈 수 없었고, 두번째 날에는 집안에 바쁜일이 있었음을 변명하며...

음력으로 임인년 새해가 시작된지 3일째 되는 날, 부처님을 뵙기위해 통도사에 갔었다.

 

세상은 여전히 코로나의 굴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씁쓸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마음만이라도 평온해지고 싶다는 이유였기에

추운줄도 모르고 통도사 긴 숲길을 걸으니, 정신이 번쩍드는 것이 살맛나는 세상 같았다.

 

절집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서는 맑고 고운 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렸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봄이 온다는 희망의 소리 같아서

겨울날에 산사를 찾아가는 기분은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오랫만에 메모하고 싶어졌다.

 

나무에는 푸르름이 없고, 꽃도 없는 삭막한  무채색의 절집이지만

형형색색의 오색연등은 언제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통도사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의 풍경이다.

 

양력 1월부터 ~음력 1월(양력 2월) 까지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마련된  소원지에 적힌 사람들의 염원은

점점 시간이 갈수록 가득가득, 빽빽하게 매달려 있었다.

 

엄청 추운날이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부처님 사리탑에서 탑돌이를 하는 사람들은 끝도없이 이어졌다.

 

통도사 금강계단의 불사리탑은

통도사 창건주이신 자장율사께서 당나라에서 모시고 온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봉안한 곳이다.

 

통도사에 가면

내가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영축산 전경이기에, 날씨가 맑을때는 꼭 사진을 찍어본다.

 

예전에는 영축산 정상을 다람쥐 처럼, 자주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추억하며

지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본다.

 

통도사 일주문 옆의 고목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경이롭다는 생각을 해본다.

1300년 역사속의

어느날에 심겨진 나무였는지는 모르나 유구한 세월의 흐름이 장엄함을 엿보이게 한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매화를 보물찾기 했다.

나무 한그루에 한송이씩 피었다는 것도 중요했고, 추운 겨울날에는 진짜 고귀해 보였다.

 

어떤 나무에서는 딱 두송이....

매향은 짙었지만

마스크로 코를 가렸기에  향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보물같이  예쁜 꽃에게  그냥 미안했다.

 

양지바른 숲길의 커다란 매실나무에서 갸냘프게 꽃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고맙고 신기했다.

암자로 가는 숲길의 매실나무는 천차만별이었다.

꽃이 핀 것도 있었고, 좁쌀만한 꽃봉오리도 있었고, 수수알갱이 만한 꽃망울도 보였다.

이 모든 것이  암자 가는 길에도 봄이 오고 있다는....희망을 봤다는 것이다.

 

문득, 꽤 다리가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긴 돌 계단을 걸어서 탑전으로 올라가는 스님의 뒷모습에 합장을 해본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산이 깊은 암자로 가는 길이기에, 이런 풍경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움이 되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것...

눈이 내리지 않고 ,얼음도 얼지 않는 해안가에 사는 사람의 겨울 그리움이다.

 

나무 숲 사이로 보여지는 햇볕 때문에  사진은 안개속이다.

역광이라는 것이 사진찍기 방해를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숲속의 벤취는 텅 비었다.

그래도  준비해가지고 간 따끈한 차 한잔을 하기위해 잠시 휴식을 해봤다.

 

앙상한 겨울나무들만 있어도

변함이 없이 멋진 통도사 일주문 주변의 겨울풍경이다.

 

음력으로 정월 초삼일(양력 2월3일)에 날씨는 진짜 추웠다.

통도사 개울가의 쓸쓸한 풍경은 아마도 3월 초 까지는 계속 될 것 같다.

  

추운날 아침이었기에 통도사로 들어가는 소나무 숲길에도  사람들이 발걸음이 뜸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진짜 추운날 아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불심에는 코로나도 비켜가는듯, 하루종일 통도사를 찾는 사람들이 발걸음은 끊임 없었다.

 

통도사로 들어가는 숲길의 현수막에 씌여진 글씨에서

2022년 음력 새해라는 것이 잘 나타내 있는 것 같았다.

부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의 횡포에서 벗어나서 모두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