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숲길은
온통 겨울 색깔이었지만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기에, 혼자서 사색하기에는 아주 적당하다고 생각해봤다.
이런 길은 둘이서 걷는 것 보다는 혼자라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절대로 쓸쓸해 하지 않았다.
이제는 혼자라는 것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듯
그러나, 음식점에 들어가서 혼밥을 먹게 된다면, 홀로서기에 성공을 했다고 자축할텐데....
절에 가면서 배가 고파도 사찰 음식점에서 국수 한그릇을 사먹지 못하고, 숲속 벤취에 앉아서
따끈한 차 한잔과 비스켓과 빵으로 요기를 했다는 것에 ,혼밥에 대한 용기가 더 필요했음을 인정해본다.
떨어진 낙엽속에서 '좀씀바귀'의 노란꽃을 찾아냈다.
낙엽조차 흔적없이 사그러드는 초겨울날에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보물찾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쓸쓸한 암자 주변에서
자연이 남기고 간, 계절의 뒤안길에서 예쁜 풍경을 보물찾기 한다는 것은 혼자였기에 가능했노라고 말하고 싶다.
청미래덩굴의 나뭇잎은
말라서 비틀어졌어도, 튼실하고 예쁜 열매가 겨울 숲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 반가움이 되었다.
요사채 주변의 텃밭 풍경이다.
역시 산속에 있는 텃밭이라서인지, 추운 날씨에 동사를 할까봐 볏짚으로 덮어준 풍경이 정겹다.
채소의 이름은 '봄동'이었다.
봄동은 겨울 텃밭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 더 맛있어지기 때문이다.
단풍의 흔적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본 결과는
찾아낸 것만도 기특한데, 예뻤고 반가웠다.
엊그제가 만추였었는데, 어느새 삭막한 숲길에서 단풍을 찾게 되다니.......
암자 주변에서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단풍을 만났다.
푸르른 소나무와 앙상한 겨울나무 위에 그림물감으로 대충 색칠을 한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암자 뒷곁의 돌담위에 그려진, 붉은 단풍 풍경은 진짜 한폭의 그림이었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서 노스님을 만났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과 겨울 숲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가는 곳마다 '은목서'나무에 하얀꽃이 피고있었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 정원에도 은목서 꽃이 피고 있었는데....
암자 뜰앞에서 꽃이 피는 나무는 은목서인줄 알았으나 자세히 잎을 들여다 보니까 '구골목서'였다.
통도사 경내에 핀 나무는 분명 은목서였기에, 이곳 암자의 나무도 그럴것이다 했거늘
언뜻 보았을때는 '은목서'인줄 알았는데, 잎을 보니까 '구골목서'였다.
구골목서는 잎이 날카로운 톱니 같은 것으로 구별이 된다.
구골목서는 암수딴그루로 9월~12월에 하얀꽃이 핀다고 하는데
구골목서는 키가 10m 정도인 교목으로
호랑가시나무 잎 처럼 생긴 톱니 같은 잎과 흰색꽃에 의해 구별된다고 하며
정원에서 호랑가시나무 처럼 생긴 구골나무가 꽃이 피지 않는 것은 구골목서 수컷나무라고 한다.
지난달(음력 10월초하루)에 암자 뜰앞의 모과나무의 열매를 보면서
다음달(음력11월초하루)에는 어떻게 될것인가 궁금했기에, 암자의 모과나무를 찾아가봤더니
노랗게 익은 모과는 누군가에 의해서 새들의 먹이감으로 기왓장 위에 '보시'중이었다.
암자 뜰 앞의 국화꽃은 여전했다.
노란 국화꽃에서는 짙은 향기가 꿀벌을 손님으로 초대를 한듯...
초겨울날에 꿀벌이 눈에 띄였다.
철지난 바닷가 풍경이 멋져 보이듯이
단풍철이 지난 초겨울날의 단풍나무는 암자 마당가에서 아주 멋진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찾아냈던, 마지막 가을의 보물찾기는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자랑하고 싶다.
초겨울날에 찾아낸
마지막 가을이 남겨놓고 떠난 단풍잎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암자 돌담 옆의 애기동백꽃이 화사하면서도 단아하게 보였다.
또다른 암자 뜰앞의
피어나는 철쭉꽃과 사그러드는 국화꽃이 인생의 교차점에 서있는듯 했다.
초겨울에 피어나는 철쭉꽃도 암자 뜰앞에서는 마냥 예쁜 귀한꽃 처럼 보여졌다.
통도사 일주문 옆의 겨울나무들이 예술품으로 탄생한듯 보여졌다.
연두색깔 파릇 파릇 돋아나는 여린 잎이었던 봄날, 그리고 매미소리 우렁차게 들려오던 여름날
단풍이 물든 가을날과 낙엽이 되어서 떨어져나간 만추의 계절을 모두 떠나보내고
속세에서 마음을 비운듯....
경이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겨울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아름답게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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