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멧돼지 소리가 들려와서 가던 길을 멈추고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가파르면서도 호젓한 산길
계명암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단풍은, 아마도 올해에 마지막 볼 수 있는 만추의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금정산의 다른 곳에서 보다 유난히 단풍이 예뻤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산을 올라갔더니
생각했던대로 금정산 계명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단풍은 정말 멋졌었다.
그러나 혹시 멧돼지가 나타나서 길을 막아서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음이 아쉬었다.
계명암으로 올라가는 산 입구에서 만난 빨간 단풍은 많은 사람들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금정산 계명봉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계명암'으로 가기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설마 대낮에 멧돼지가 나타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시작했다.
다행히 계명암으로 가는 사람이 뒤를 따르고 있어서 약간 안심을 했다.
산길은 초입 부터 가파른 길이었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멧돼지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지난해에는 11월에 혼자 산을 오르면서 멧돼지 소리가 들려와서 겁먹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산 아래, 가파른 절벽 밑에 3~4마리 정도가 꿀꿀 거리고 있었기에 암자 까지 무사히 갔었다.
계명암 가는 길은 등산객도 뜸했고, 깊은 산속이라서 신경쓰이는 곳이지만
불심 깊은 불자들의 기도처라서 그냥 마음으로 의지를 한채 산을 오르게 된다.
계명암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이라서
누군가의 배려가 산을 편안하게 오를수 있게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산 입구에는 나이드신 노보살님들을 비롯하여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나무로 만든 지팡이도 많이 준비 해놓았다.
20분 정도 쉬엄쉬엄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약간 힘이 들겠지만, 자주 올라다니는 사람들은 쉼호흡 몇번 하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쉬엄 쉬엄 걸으면서도 멧돼지에 대한 괜한 긴장에 머릿속이 쭈삣거렸지만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산모퉁이를 두번 정도 돌아가니 계명암 일주문이 보였다.
금정산 동쪽을 향하고 있는 계명봉에 자리한 범어사 산내암자 계명암은
통일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이 부근에서 절 터를 물색하던 중
한 밤중에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암자를 세우고 '계명암'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계명암은 일본에서 바라보면 장군의 투구 처럼 보이고, 대마도에서 바라보면 닭의 형상이며
계명봉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면, 대마도가 지네 형상이라 하여
일본인들이 침략 당시 계명암 암탉바위를 없앴다고 한다.
계명암으로 들어서니 단풍이 절정인듯,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계명암은 불심 깊은 불자들의 관음 기도처이기에 경내는 늘 엄숙하게 보여졌다.
약사전
쑥부쟁이 꽃 처럼 보여졌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보라빛 색깔이 퇴색된듯 했다.
산 중턱의 암자에서 살아남은 것만해도 신통했다.
낙엽사이로 얼굴을 내민 꽃이름은 알수 없었으나, 신기하고 예뻐 보였다.
검색을 해보니 '개모빌'덩굴꽃이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빛꽃도 궁금증은 있었지만
추운 날의 산중턱 암자에서 꽃을 피운것만도 대견해서 이름 정도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친구분이 댓글에서 꿀팁을 전해 주었다.
검색한 결과 '놋젓가락나물'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년 11월쯤에 계명암에 올라가서 좀 더 예쁘게 꽃사진을 찍어볼 예정이다.
약사전 뜰앞의 국화꽃도
사그러들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으나, 피고지고 하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약사전 앞의 애기동백꽃도 제법 예쁜 모습이다.
오후 3시쯤의 햇살은 사진 찍는 것을 방해를 했다.
어렵게 올라온 암자였기에 역광인 것을 알면서도 사진을 찍었다.
오후의 햇살이 방해를 했지만, 계명암에서 바라본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
산중턱의 금강암과 산아래 대성암이 희미하게나마 예쁜 만추의 풍경을 만들었다.
계명암으로 올라간 시간이 오후 3시쯤이었기에
어쩔수 없는 오후의 햇살로 인한 희미한 사진....약간 짜증이 났다.
오후의 햇살은 여러곳으로 쫒아다니면서 방해를 했다.
산그림자가 내려앉아서 쓸쓸함이 깃든 일주문을 나오면서 또다시 멧돼지 공포와 함께
산을 내려갈 생각을 하니까 두려움이 앞섰다.
계명암 일주문 옆 게시판에 이런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멧돼지의 잦은 출현으로 일몰후 암자 출입 통제....
그래도 아직은 햇빛이 있는 오후 시간이니까, 멧돼지가 나타나지는 않겠지
겁먹지 말고 산을 내려가자는 생각으로 일주문 옆에 놓인 통속에서 나무 지팡이를 손에 들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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