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1월 초하룻날(양력12월4일)이 토요일이었는데, 일요일 까지 바쁜일이 있어서
음력 11월 초3일(월요일)에 통도사에 다녀왔는데....
음력 10월(양력 11월5일) 초하룻날에 비해서,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달 간격인데 어쩜 이리도 삭막한 세상이 된 것인지?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보여지는 회색빛들은 날씨탓도 있겠지만, 덩달아 마음까지 쓸쓸해지는 이유는
또다시 확산되는 코로나와
오미크론이라는 돌연변이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모두 우울증 환자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은 차거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시원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여름날의 푸르름도, 가을날의 형형색색 단풍도 모두 사라져가버린 초겨울은
몸이 추운 것보다는
코로나로 인해서 마음이 더 추워진다는 것이 답답함이 되어 그냥 흘러가는 냇물을 바라만 보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반가운 풍경을 접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추수가 끝난 초겨울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요즘에는 꿈도 꾸어 볼 수 없는 풍경을 통도사에서 볼 수 있었다.
전각 툇마루앞에 출입금지 팻말이 있기에 웬일인가 들여다봤더니...
그냥 스쳐 지나치기에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콩을 삶고, 절구로 삶은 콩을 으깨고, 예쁘게 메주를 만들고....
예전의 어머니가 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지금은 예전의 어머니 나이가 되었어도 메주도 만들어보지 못하고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그랬다.
통도사 장독대와 메주 말리는 모습이
삭막한 겨울 날을 정겨움으로 연출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누군가 돌덩이 위에 작은 돌탑을 쌓고 갔다는 것에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돌탑을 쌓으면서 염원했던 소망이 이루워지길 빌어본다.
부처님 진신 사리탑에서 탑돌이를 하고 문을 나서면
통도사 창건 설화가 담긴 구룡지 앞으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매달 초하루~초삼일에는 꼭 한번씩 들르게 되면서 버릇 처럼, 구룡지 사진을 찍게 된다.
왜 사진을 찍게 되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오늘 12월 6일(음력 11월3일)
통도사 경내에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 겨울에....!!
주변을 기웃거려보니 나무 전체에 하얀꽃이 피었다.
은목서였다.
12월 초겨울에 통도사 경내에 '은목서'가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은은한 꽃향기가 마음까지 힐링시키는 것 같았다.
은목서의 하얀꽃이 밥풀 처럼 다닥다닥이다.
통도사 경내의 황화각 뒷곁에는 '은목서와 금목서' 나무가 나란히 있다.
금목서는 지난 10월에 짙은 향기를 내뿜으면서 화사하게 노란꽃을 피웠는데
초겨울에 은목서 꽃이 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너무 신기했다.
천왕문 앞, 육화당 전각 담장 너머에 '삼지닥나무'꽃이 피고 있었다.
이른 봄, 2월~3월 사이에 피는 삼지닥나무꽃인데, 벌써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벤취에 혼자 앉아서,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까마귀 녀석이 음식을 먹는 줄 알고,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먹고 있던 비스켓을 던져 주었더니, 자꾸 친구 하자고 나를 유혹 하고 있다.
비스켓 맛이 괜찮은 것인지?
까마귀와 까치가 한꺼번에 찾아와서 곤란하게 했다.
나무밑, 벤취에 앉아서 비스켓과 차 한잔 덕분에 주변에 까마귀들이 제법 몰려왔다.
쑬쓸한 풍경속에서 녀석들 때문에 추운줄 모르고 시간을 즐겼다.
까마귀도 비스켓을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요사채 앞의 붉은 감도 어느새 말랑말랑한 홍시감이 되었다.
한개 정도는 누군가 따먹을법 했지만
이것 역시 사찰에서는 새들의 먹거리이니까.......
낙엽이 떨어진 쓸쓸한 겨울 숲은 점점 더 적막감이 커질 것 같았다.
한달 전에는 제법 멋진 단풍 숲이었는데....
혼자서 사색할 수 있는 숲길이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서성거리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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