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산 중턱의 암자 주변에서

nami2 2021. 12. 2. 21:17

마지막 한장 남은 달력을 보니, 겨울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케 하는 것 같았다.

스카프가 아닌 털목도리를 목에 둘러야 하고, 장갑을 끼지 않으면 괜히 손이 더 시렵다는 느낌도 들었다.

은근히 옷속으로 파고드는 한기가 겨울이라는 느낌 때문에

자꾸만 움츠려들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과 몸이 모두 겨울을 맞이한듯 했다.

 

그래도 겨울이 늦게 찾아오면서 겨울이 짧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의 도심은

아직도 덜익은 풋과일 같은 어정쩡한 단풍나무가 많이 보였고

은행잎은 이제서 물이들기 시작했으며, 애기동백꽃은 더욱 화사하게 꽃이 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늦가을 풍경이 어설픈 집 주변 보다는

산자락을 헤매다가 찍어온 사진속에서 만추의 풍경을 감상 해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에서....

열흘 전에 단풍이 예쁘게 물들은 금정산 산자락의 '금강암' 주변 풍경을 누군가에게 또다시 자랑해본다. 

왜냐하면 다른 지방은 이미 흑백의 앙상한 겨울 나무뿐이기 때문이다.

 

금강암에서 내려오면서, 키가 엄청 큰 은행나무의 꼭대기 부분을 사진 찍느라 뒤로 젖힌 머리가 꽤 아팠었다.

왜냐하면

나무 꼭대기에만 노랗게 물든 잎이 남아 있었고, 나무 중간 부터는 잎이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귀한..... 샛노란 은행잎이라고 생각했다.

 

계곡 틈새에서 앵두 처럼, 붉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덜꿩나무 열매가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 아까웠다.

 

금강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돌바다(암괴류)에 떨어진 낙엽이 제법 분위기를 만들었다.

 

금강암 입구의 단풍은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담장 밖, 멀리 금정산 계명봉 산중턱에 위치한 '계명암'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금강암도 금정산 산중턱이라서 꽤 올라왔는데

다시 산을 내려가서 저곳 계명암으로 올라가볼 생각을 해봤다.

금정산에 위치한 암자들은 대부분 산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고행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일부러 즐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금강암의 물들은 단풍들은

나무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감탄할 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풍경이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단풍 숲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금강암 스님들의 수행처....

이곳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금강암은 범어사에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의 산중턱에 위치한 범어사 산내암자이다.

 

범어사에서 대성암 숲을 지나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대부분 이런 돌길이다.

처음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은 고행의 연속이겠지만

오랫동안 이 길을 올라다닌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범어사 후문쪽에서

대성암과 금강암을 지나서, 금정산성 북문으로 가는 길까지 계속되는 엄청난 바위 길을 걷게 된다.

 

돌바다(암괴류)의 폭이 70m 정도 되고

산사면 방향으로 길이 2,500m 족히 넘어 보이는 바위들이 많이 쌓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돌바다(암괴류)는 주로  바위가 물리적 화학작용에 의해 절리(바위에 갈라진 틈)를 따라

물이 스며들면 얼고, 녹고 하는 과정을 통하여 깨어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중력에 의해 주저 앉으면서 만들어졌다고 하는.... 범어사의 돌바다 길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계곡이 되어,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서

돌 길을 걸어 가면서도  심심치 않게 바위 틈새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갈때도 있었다. 

언뜻 보면 바위뿐이지만, 바위 틈새마다 흐르는 물위에는  낙엽이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도 봐줄만 했다. 

 

바위틈새로  흐르는 맑은 물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 봤더니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었다.

1급수에서 산다는 물고기들이 저 녀석들인가  신기하기도 했고...

손가락 크기만한 물고기들이 들낙날락 숨박꼭질을 하는 모습에서, 물속에 손을 넣고 잡아보고 싶었지만

늦가을의  차거운 계곡물이 감당 안되어서, 녀석들에게 눈도장만 찍고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