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 것인가, 혹시 밤새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는지?
하루에 한번씩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기장 날씨'를 습관처럼 점검해본다.
텃밭에는 아직 배추와 동치미 무우가 있었고, 온갖 가을 채소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추워지려면 확실하게 추워져야 배추도 뽑고, 동치미 무우도 뽑을 것인데, 날씨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수였다.
추운것도 아니고 더운것도 아닌, 어정쩡한 날씨....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온갖 꽃들은, 가을 끝자락의 기온을 무시하는 것 처럼 보여졌다.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냐는 계절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아니고서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가 그냥 바라볼뿐이다.
2월쯤에 피는 홑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
요즘은 주로 애기동백꽃이 피고 있는데, 토종동백꽃(홑동백)도 덩달아 꽃피는 순서를 무시한듯 했다.
5월에 장미꽃이 피듯, 이곳저곳에서 애기동백꽃이 주변을 화사하게 하고 있다.
애기동백꽃은 원래 11월 부터 겨울내내 피는 꽃이니까
정상적으로 꽃이 피는 녀석들이라는 것에 그러려니 해본다.
제법 예쁜 모습의 애기동백꽃은 절정에 다다른 것 같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한껏 폼을 잡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분명 11월 마지막 날이고, 내일 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점인 12월이다.
그런데 4월에 꽃이 피는 '명자꽃'이 꽃봉오리를 만들었고, 계속해서 꽃을 피울 예정인듯 했다.
명자나무의 꽃잎도 싱그럽고
잎사귀들도 새롭게 돋아난 것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봄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시기적으로는 11월에 핀 꽃이라는 것이 기분을 의아하게 만든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11월의 끝자락에
봄날에도 보기 힘든 '분홍 찔레꽃'이 싱싱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회춘.....??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꽤 추워진 오후쯤에 비가 그쳤기에 산책을 나갔더니
비에 젖은 장미꽃이 어찌 이리도 싱그럽고 예쁜 것인지?
빗방울이 촉촉하게 젖은 장미꽃을, 어둠이 깔린 오후 5시30분쯤에 사진을 찍어 보았다.
추위와는 전혀 상관없는듯....색깔도 예쁘고 꽃도 예쁘다.
점점 하루 하루, 국화꽃이 사그러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혼자 생각일뿐
산책을 하다보면 아직도 국화꽃은 멀쩡했고 계속해서 피고 지고, 사그러들 생각은 없는듯 보였다.
담장 모서리에 뿌리를 내린후, 꽃이 피기 시작하는 국화꽃의 모습에 그냥 경이롭다는 생각뿐이었다.
시멘트 담벼락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수가 있는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시골마을의 어느집 마당가에서 화사한 모습으로 점점 꽃송이가 늘어나고 있음을
매일 저녁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지켜보았다.
겨울이 오더라도 절대로 사그러들 수 없다는 표정 처럼 씩씩해보였다.
지난번 국화 전시회장에 가서 찍어놓은 사진이다.
흔한 모습이 아니었기에 저장을 해놓았었다.
가을은 끝이나고 있었지만, 나무에 매달린 국화는 여전히 예쁜 모습이다.
아마도 12월 내내 산책길에서 국화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둠이 내려앉는 늦가을날의 저녁시간에 국화꽃은 여전히 예뻤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국화 향기는 더욱 짙어만 갔다.
산 비탈에 핀 '산국'도 사그러들때도 되었건만, 그냥 버티는 것 처럼 보여졌다.
그래도 한낮에는 제법 국화 향기가 짙었다.
야생화 도감에서 나팔꽃의 '꽃피는 시기'는 여름날이다.
그런데 그냥 버티는 것 같았다.
영하로 내려가는 기온에 쓰러질것인가 말것인가의 힘겨루기....
산 길에는 낙엽만 우수수, 발길에 채이는 것은 뒹구는 낙엽뿐인데
늦여름 부터 피기 시작하는 '싸리꽃'은 변화되는 계절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안가의 보라빛 '해국'은 꽃 색깔이 노화되고 있었다.
초췌해진 모습이 짠해보인다.
곧 사그러들 것이라는 조짐이 인생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시골마을의 허름한 담장을 지키고 있는 '메리골드' 꽃이 화사한 모습이었지만
웬지 쓸쓸하게 보이는것은 가을이 끝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엊그제 내린 무서리에도 무반응이었지만, 곧 닥쳐오는 겨울 추위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이곳에 나열된 꽃들의 안부를 점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어느때 어떤 녀석이 사그러들었는지?
화이팅이라는 단어를 속삭이면서 겨울날까지 버텨보라고 응원을 할 것인지, 자꾸만 머리속을 헤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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