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오랫만에 끓여본 오징어국

nami2 2021. 10. 21. 21:57

단풍이 물들기전에, 낙엽이 떨어지는 이상한 가을이 된것은,  갑자기 내려간 기온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겨울에도 그다지 춥지않아서 겨울 느낌이 없는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도

전형적인 가을은 어디론가 사라져가버리고,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가을이 되어

혹시 무서리라도 내려서 텃밭의 채소들을 망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노심초사의 시간들을 보내고있다. 

밤새 냉해를 입지 않았을까?

이른 아침에 애써 가꾼 배추밭을 돌아보는데, 아침이슬이 흠뻑 내린 배추밭에 메뚜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무서리가 아닌 흥건하게 내린 이슬도 반가웠지만, 배추 잎에 붙어 있는 메뚜기가 귀엽고 반가웠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24절기중의 '상강'이 코 앞에 다가왔다.

상강에는 서리가 내리고, 겨울잠 자는 벌레는 모두 땅속으로 숨는다고 한다는 깊은 가을에

아직도 배추밭에서 살아가고 있는 메뚜기가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것은 내 욕심인가 생각해본다.

 

마트에 갔더니 싱싱하고 통통한 물오징어가 눈에 띄었다.

끓는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팩을 사왔다.

예전에는 오징어 가격이 너무 값싸고 흔해서 오징어쯤이야 했건만, 요즘은 오징어가 금값이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3마리에 9,900원이라는 것과 통통하고 싱싱하다는 것이  유혹을 했다.

 

비린내라는 것에 민감해져서 평소에 생선도 잘 먹지 않는 식습관인데

오징어 손질하는 것도 비린내 때문에  사온다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오늘 만큼은 눈 딱감고 오징어 손질을 했다.

손질을 하다보니

그냥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먹는 것보다는, 오징어국을 끓여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징어국을 끓여먹은지가 언제였던가, 손가락을 꼽아보니 5~6년도 더 지난것 같았다.

오징어국은 좋아 했지만, 왜 그동안 한번도 오징어국을 끓여먹지 않았을까, 웃음이 나왔다.

 

오징어국은 맛있는 가을무우 한개면 다른재료가 필요 없을 만큼인데

아직 텃밭의 가을무우는 뽑아 먹을 만큼은 자라지 않았기에

요즘 무우와 양파, 대파와 텃밭에서 따온 애호박을 넣고 끓여보기로 했다.

 

일단 무우를 썰어서 고추가루 한숟갈 넣고 들기름에 볶았다.

무우를 볶으면서 고추가루를 함께 넣는 이유는

그렇게 해야만 고추가루가 겉돌지 않고 국물이 맛있기 때문이다.

 

멸치, 다시마로 끓인 육수를 넣고 무우가 대충 익을때 까지 끓이면서, 야채와 오징어를 준비했다.

 

호박, 양파, 대파 그리고 먹기좋게 썰어놓은 오징어

다진마늘, 국간장, 고추장 반숟갈 정도

 

오징어의 효능은

쇠고기의 16배, 우유의 47배나 되는 우수한 타우린과  고단백질이 뇌세포 형성에 도움을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오징어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은 

체내의 해독작용을 돕고,원기회복과 심장병, 당뇨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항암작용(암세포의 변이와 증식)과

노화방지에도 큰 도움이 되고, 면역력을 향상하며, 여러 질병들을 예방한다고 했다.

 

끓고 있는 무우가 어느정도 익었으면

썰어놓은 재료중에서 대파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넣고 5분 정도 끓이는데

대파는 재료들과 함께 넣으면, 너무 물러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이 끓은 다음에 넣는다.

 

국이 보글보글 끓으면,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서, 고추장을 반숟갈 넣고

마지막으로 대파를 넣은후  1분 후에 불을 끈다.

오징어국은 무우가 어느정도 익은 다음에 재료를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야 맛이 있다.

많이 끓이면 오징어가 질겨지고 국물도 텁텁해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껴진 이유는 

오징어가 먹음직스럽게 통통했고 싱싱했다는 것이었다.

날씨가 싸늘해질수록 따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서, 잘익은 깍두기와 먹는 그맛은....

오랫만에 끓여먹은 오징어국은

요즘 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딱 어울리는 맛있는 국이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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