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범어사로 가는 길은
하늘에게 예약도 하지 않았는데, 날씨는 기분 좋을 만큼 화창했고 파란 하늘은 눈이부시게 아름다웠다.
하루, 하루가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서 마냥 움츠리던, 늦은 봄날 4월에 마지막으로 다녀왔으니
어느새 6개월이 접어드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멈춰섰던 발걸음을 속시원하게 떨쳐버리고
겨울이 오기전에, 금정산 중턱에 피어있는 구절초꽃을 찾으러 길을 나섰으나 야속하게도 구절초꽃은
내가 헤매고 다닌 암자 주변을 벗어나, 더 높은 곳의 산정상에 피어 있는 것인지?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돌아다녔어도, 끝내 하얀 색깔의 구절초 꽃은 내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날씨가 너무 좋았다는 것을 위안삼아
범어사 경내를 비롯해서 범어사 산내암자 이곳 저곳에 계신 부처님께 문안인사 여쭈러 다녀보았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지붕삼아 즐비하게 늘어 서있는 긴 돌담길은
인기척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멋진 예술품이 된듯 했다.
출입금지 구역인 요사채 뜰앞에 피어 있는 구절초꽃이 반가워서 조심스런 발걸음을 해봤다.
범어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금정산 계명봉은 아직도 단풍 소식이 없는듯 푸르름이 가득하다.
범어사 명부전에서 기도를 끝내고 나오는데
명부전과 마주하고 있는, 요사채 지붕위에 떠있는 흰구름이 순간적으로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떠나가신 님을 위한 극락왕생 기도 때문인지, 마음이 착잡했었음을 위로하는 것 같았다.
약사전 앞의 삼층석탑앞에 핀 다알리아꽃
범어사 약사전 뜰앞에 국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활짝 핀 꽃송이 보다는 아직 꽃봉오리가 더 많은 국화꽃이다.
범어사 긴 돌담길을 걸어나와서 본격적인 암자순례길에 나섰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비구니 암자인 대성암이다.
대성암 뜰앞에는 가을꽃은 흔적이 없고, 여름꽃 비비추가 피고 있었다.
대성암에서 숲길을 걸어나오며 마주친 건물은 범어사 템플스테이 전각이었다.
한마디로 '고즈넉함'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했다.
대성암을 지나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금강암 부처님도 뵐겸, 구절초꽃도 볼겸....
그런데 산중턱의 금강암 까지 올라갔어도 눈에 띄는 하얀색깔의 구절초는 보이지 않았다.
청미래덩굴 열매가 먹음직스러워서 맛이 어떤가 입에 넣었더니
감당하기 어려운 그런맛이었다.
떫고, 시고, 쌉쌀하고 ,아리고 ,혀끝이 톡쏘고.........
청미래덩굴 열매는 산새들도 절대로 먹지 않을 것 같았다.
금강암으로 들어 가는 길에서 산비둘기가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이녀석... 배째라 하는 식으로 도망도 가지않는다.
내가 바보같아 보였나? 비둘기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금강암의 모든 현판은 특이하게 모두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빨간 덜꿩나무열매도 어떤 맛인가, 맛을 보고 싶었지만
맛을 보고나서 실망할까봐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원암 뜰앞에서 화사하게 핀 국화꽃을 만났다.
금정산에서 내려오는듯한 한낮의 햇살이
범어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앞을 희뿌연하게 안개속에 가둬놓은 듯 했다.
계명암으로 올라 가는 길에서 만난 투구꽃
청련암의 가을은 몇개 남지 않은 새들의 먹거리로 인해서 더욱 고즈넉하게 보여졌다.
앙상한 나무가지위의 붉은 감...
새들의 겨울 양식이라는 것이 그림처럼 예뻐 보였다.
이산 저산 산중턱 까지 다리 아프게, 넘나들어도 이렇다할 단풍이 보이지 않는 금정산이었다.
언제쯤 예쁜 단풍이 물들것인가, 가늠해봤지만
올해의 단풍구경은 부산이 아닌 다른곳으로 길 떠날 준비를 해야할 것 같았다.
너무많은 비가 내려서 단풍들만한 나무들은 모두 낙엽이 되어 땅위에 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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