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쌉싸름한 머위대 들깨볶음

nami2 2021. 7. 6. 22:02

본격적인 장마철은

많은 비를 내리게 해서 하루종일 이곳저곳에서 침수 되고 있다는 문자가 날아들었다.

간밤에는 얼마 만큼 내렸는지, 또 새벽에는 얼만큼 비가 내렸는지, 아파트에서는 가늠할 수 없었으나

내게도 침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텃밭 때문에 마음 한켠은 불안함뿐이었다.

한낮쯤에 비가 주춤하였기에 밭으로 나가보았더니, 염려했던 텃밭은 다행히도 멀쩡했다.

밭고랑이 침수된 흔적도 없었고, 빗물에 일그러진 채소도 없었으며, 흠뻑 물을 머금은 모습들이 싱싱해보였다.

참으로 다행이었음을.... 그냥 하늘을 향해 감사함을 전해봤다.

 

비가 내리는 날에

그냥 방콕을 하면서 뒹굴거리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또 일을 만들었다.

텃밭가에 심어놓은 머위가 제법 크게 자라고 있었다.

여름날에 딱 한번 먹게 되는 '머위대 들깨볶음'은 별미중의 별미였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이 조금은 번거로워서, 시간이 갈수록 커가고 있는 머위를 보면서 모른체 하려니까

자꾸만 신경이 쓰였는데

비내리는 날이라는 것을 핑계삼아 머위대를 몽땅 잘라서 집으로 가져왔다.

 

머위잎은 억센 것 같아서 모두 버리고, 머위대만 집으로 가져와서 일단 물에 삶았다.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부담이 되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어차피 비내리는 날이니까 ,낮잠을 자는 것 보다는 꼼지락 거리는 것이 나을성 싶어서 일을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즐거움으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으나

껍질을 까는 것은 진짜 고역이었다.

손톱밑이 까맣게 물이 드는 것도 그렇고, 꼼짝없이 앉아서 껍질을 까내는것도 재미없는 일이었다.

 

머위대 들깨볶음'을 좋아하는, 서울 동생에게도 보내려고

밭에서 자라고 있는 머위대를 보이는대로 모두 잘라왔더니 제법 많았다. 

쭈그리고 앉아서 꼬박 2시간 정도 껍질 까냈더니 지겹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름철 이맘때, 머위잎도 그렇고 머위대도 쓴 맛이 강했기에, 물에 담가서 쓴물을 우려내야 했다.

2시간 정도 물에 담가놨더니 쓴맛이 없어졌고,

약간의 쌉싸름한 맛이 있었으나 ,그 정도는 먹을만한 맛이었다.

 

쓴맛을 우려낸후 소쿠리에 건져서 물기를 뺀후,

국간장, 들기름, 마늘 다진것으로 밑간을 했다.

그리고 나서 생들깨를 냉동실에서 꺼내서 들깨가루를 만들었다.

 

* 생들깨를 즉석에서 갈아서 들깨볶음을 하면 ,나물도 더 고소한 것 같아서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하는 볶은들깨 가루를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다.*

 

밑간해놓은 나물을 식용유 살짝 넣고 볶다가, 생들깨 가루를 넣어서, 물기가 없을 때 까지 볶았다.

국간장과 들깨가루 그리고 마늘갈은 것만 있으면

맛있는 머위대 들깨볶음이 되는데, 왜 그동안 잔꾀를 부리면서 음식을 하지 않았는지?

맛을 보니 밥도둑이 된듯 했다.

별미를 해놓으면, 늘 여동생 생각을 하게 되므로, 넉넉하게 만들어서 택배 부칠때 함께 보내려고 한다.

 

 한마디로 표현 해보면 '머위대 들깨볶음'은 밥도둑이었다.

 

텃밭 한켠에서 며칠째 계속되는 장마비를 흠뻑 맞고 서있으면서도

예쁜꽃을 피우고 있는 봉숭아가 웬지 애처롭게 보여졌지만

장마철 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봉숭아의 운명이니까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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