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달밝은 가을밤에

nami2 2020. 11. 29. 22:06

 오늘이 음력 10월15일 보름이었음을  알게된 것은

 지난달 음력 9월15일에 찍어놨던 이 사진 때문이었다.

 저녁 5시쯤이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요즘이지만, 한달 전에는 6시30분 쯤 부터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집 주변의 공원에서 운동을 하면서 찍어놨던, 훤한 보름달이 멋스러워서 폰에 저장을 해놓고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한달이 훌쩍 지나갔다는 것을, 또다시 운동하면서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날 아파트 옆 공원에서의 걷기운동...

 그 짓은 아마도 겨울이 끝나가도록 저녁시간에 해야 할 숙명같은 운동이다.

 

 엊그제 오후 5시쯤,아파트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달이 나무에 걸려있었다.

 아직은 찌그러진 달이지만, 곧 만월이 될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

 

 잎이 모두 떨어진 늦가을의 나목 위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는 달의 존재가 멋져보였다.

 한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이 마음에 들다보니

 만월이 될때 까지 사진을 찍어보겠노라고,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어김없이 일터로 가야하는 주말 알바

 일터는 해안선을 따라서 10여분을 해안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인데

 열나흩날(음력 14일) 바다에 떠있는 달은 아직은 만월이 되지 않았지만, 만월에 가까운 둥근 모습이었다.

 

 아직은 만월이 아닌 음력14일날의 달은  그런대로 바다 한복판에 빛을 내려주었다.

 달빛 때문에 수평선의 고깃배를 볼 수 있는 어두운 저녁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 산책로를 몇바퀴 걸었다.

 운동이라는 것은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중독이 되었기에

 덕분에 나무에 걸린 약간 찌부러진 달이, 아무도 없는 산책길에서 동행을 해주었다.

 

 고사목 위에 걸린 달이 진짜 멋져보였다.

 하나의 예술작품이길 바라면서.....

 혼자 웃었다.

 

 오늘 음력 10월15일,  달력에는 보름이라고 기재되었고, 달은 만월이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춰서 창문을 내다보고는  사진찍을 준비를 했다.

 일터의 마당 끝이 바다이기에........

 일하다보니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달은 어쩔수없이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이정도에서 달을 보았다는 것도 중요했다.

 시간은 오후 5시30분쯤...

 아마도 수평선에서 달이 뜨기 시작한 시간은 언제쯤이었을까 궁금했다. 

 

 오후 5시30분쯤의  달이 떠있는 바다는 멋졌다.

 일출"을 볼때 만큼의 설레임은 아니지만, "월출"의 모습도 그런대로 기대가 되었다.

 일터의 마당 끝이 바다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다.

 

 오후 5시40분 바다 한복판에 달빛 띠가 생겨났다.

 어둠이 내려 앉기 전이기에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서 더욱 멋져보였다.

 그동안 한번도 달뜨는 시간에 신경을 쓰지 않던 탓인지

 이곳에서 일했던 지나간 8년이라는 긴 시간들속에서, 이렇게 멋진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해마다 새해 첫날에 일출은 신경썼지만

 정월 대보름날의 월출은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는 것에 쓴 웃음이 나왔다.

 

 5시50분 퇴근을 하면서 바라보았던 ,바다에 비춘 달빛이다.

 마을버스를 타러가는 길인데, 달이 쫒아오다가 나에게 들켜버린듯....

 가는 길 내내  보름달이 쫒아오다보니

 버스를 탈때는 마을회관 지붕의 나무꼭대기에, 둥그렇게 걸려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파트 산책로 뒷산위에 멈춰선 달빛은 어느새 가로등이 필요없을 만큼 훤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어둠이라는 것에도 겁을 내는 겁쟁이가

 달빛 덕분에 혼자서 아파트 옆 공원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20분쯤이다.

 

 나무에 걸린 달...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뒷동산에 떠있는 달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꽤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좋은 세상에 찾아와서 분탕질 하는 못된 코로나가 있다는 것이 씁쓸했다.

 추운 마지막 가을날에, 코끝이 시리지 않을 만큼의 마스크를 썼으니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마스크가 필요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희망사항이 될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에 걸쳐진 ,보름달이 왜그렇게 밝게 보이는 것인지

 보름날에 날씨가 흐려도 볼수 없는 달빛이고, 볼일이 있어서  시내로 나갔어도 볼수 없고

 이것 저것 모든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달이 뜰때 날씨가 맑았다는 것이고

 휴일에 일터에 갔다는 것과 보름날이 겹쳐졌다는 것이 내가 사진을 찍을수 있었다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가로등과 달빛이 어우러진 풍경이다.

 가로등 불빛 덕분에 주변의 풍경을 볼수 있었고, 달빛은 채색이 아주 잘된 한폭의 그림 같았다.

 

 바다에 비춰진 달빛을 어떻게 좀 더 멋지게 표현을 해야 할런지?
 어스름 초저녁, 마을버스를 타기위해 해안가를 걸어가니까

 기꺼이 동행 하겠다는 달빛이 바다위에서 계속 따라오기 시작했다
 휘영청,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밝은빛이 되어서

 춥고 쓸쓸하고 호젓한.... 그래서 더욱 어두운 길에서 등대 역활을 해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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