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터는 땅이 얼고,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24절기 중 스무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 코 앞에 왔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첫눈이 내릴수도 있다는 절기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에서는 ,겨울을 제대로 느낄수 있을런지도 의문이겠지만
점점 빨간 애기동백꽃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는 늦가을 끝자락에
하루종일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내린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이제부터 시작되려나 했던 이곳 해안가 지방에는
어쩜 그리도 나뭇잎 한개 남기지 않고 모두 떨구게 했는지, 가을비의 위력은 대단했다는 생각이다.
분위기 잡으면서 여유롭게 만추를 느껴보겠다는 생각은 꿈속에서나 해야할 정도로
단풍과 낙엽은 흔적 간곳없이 사라져서, 겨울나무가 되어버린 거리는 어처구니 없게도 황량함 그 자체뿐이었다.
단풍철이라고 좋아하면서 가을산으로 트래킹을 떠났던 날이 닷새전이었다.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불광산 장안사로 가는 길은, 단풍철이라고해서 마을버스에 제법 많은 사람이 탔었다.
평일날에 많은 사람들이 이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푸름이 가득한 가을은 길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은 짧고....
눈깜짝할새에 단풍이 드는가 하면, 빠른 속도로 앙상한 겨울나무가 된다는 것도 자연의 순리인듯
동해남부지방의 눈이 내리지 않는 이유와 단풍이 늦게 물드는 이유가 같은 맥락인가는
생각을 깊게하면 할수록 흰머리카락이 한개 더 생겨날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만추에 피는 꽃이려니 하면서 바라본 계곡의 귀한 단풍이다.
불광산 둘레길은 지금 한창 조성중인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불광산 둘레길이라는 명칭도 없고, 이정표도 없지만
불광산 계곡을 따라서 무작정 걸어보니, 어느쯤에서 길이 막혀 있었다.
길이 막힌 곳에는 공사중 팻말이 있었고, 비포장 울퉁불퉁한 길은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공사차량이 지나갈때마다 먼지가 하얗게 날리는 것이 마스크 덕을 톡톡히 보았다.
좀작살나무 열매가 제법 많이 눈에 띄었지만, 언덕 높은 곳에 있었기에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보랏빛 구슬 처럼 예쁜 '좀작살나무'열매
어쩌다가 늦둥이가 된 '산딸기꽃'을 계곡 주변에서 만났다.
5월에 피는 꽃은 싱싱해보였지만, 늦가을에 늦둥이가 되다보니 연약한 모습이었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부터 걷기 시작한 불광산 자락의 둘레길은
길 따라 무작정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가을산의 단풍을 보겠다고 끝까지 걸어보기를 했는데, 산이 깊어지면서 가을산의 모습은 마른잎이 더 많았다.
겨울의 그림자가 절반은 더 다가온듯 했다.
길 끝나는 곳 까지 걷다보면 무언가 나오지 않겠나 했는데
결국에는 길이 끝나는 곳에는 공사중 차량과 팻말만 놓여 있었다.
길이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요.
꽃향유
바위 위에서 마지막 가을을 견뎌내는 담쟁이 넝쿨이 예술작품 처럼 보여졌다.
자연이 그려놓은, 바위에 그려진 그림이 예뻤다.
살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지막 잎새'가 모진 비바람에 얼마나 버틸지?
점점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산 깊은 곳의 감나무의 감은 바라볼수록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겨울 산새들의 충분한 먹거리가 되라고 기원해보지만, 땅밑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감이 아깝기만 하다.
만추의 아름다움이지만, 이러한 풍경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것이 아쉽다.
이미 사라져버렸을...
이 가을에 마지막 볼수 있었던 풍경을, 닷새전에 보았다는 것이 아쉬움이 되었다.
오늘, 마지막 단풍을 보려고 기대를 한후, 금정산 범어사에 올라갔는데
어제 내린 가을비 때문에 단풍도 낙엽도 흔적 간곳이 없었다.
앙상한 겨울풍경으로 바뀐 모습에 허탈한 심정은 말문을 막히게 했지만,
이곳저곳 발품 팔아가며 암자 주변에서 찾아낸 마지막 단풍의 모습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았던 하루였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운날, 산책길에서 (0) | 2020.12.08 |
---|---|
달밝은 가을밤에 (0) | 2020.11.29 |
장안 반딧불이 공원 (0) | 2020.11.19 |
오륙도에서 만난 가을 (0) | 2020.11.18 |
이기대 해안 산책로 (0) | 202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