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추운날, 산책길에서

nami2 2020. 12. 8. 22:02

 겨울이라고 하니까 괜히 몸은 춥기만 한데, 마음은 아직도 가을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산책길에서 만나는 주변의 풍경은 여전히 만추였기 때문이었다.

 수변공원에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예쁘게 물이 들기 시작했다.

 재래시장 주변의 은행나무 가로수도 노랗게 물들기 시작해서, 겨울인지 가을인지 헷갈리는 계절이 되었다.

 그러나 한밤중의 기온은 어쩔수없는 겨울임을 강조하는듯, 밤사이에 잎사귀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동해남부 해안지방의 알수없는 요지경속의 계절이라고 메모하고 싶었다.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수변공원의 산책길은 진짜 예쁘게 물이 들었다.

 이제서 느낄수 있는 가을 분위기였지만, 날씨는 많이 추웠다.

 

 수변공원을 지나서,  근처 숲길을 따라서 걸었다.

 갈곳이 마땅치 않는 요즘은 걷기운동 하기위해 ,그냥 발길 닿는대로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편이다.

 엊그제 밤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더니, 푸른 잎들이 모두 과자처럼 바삭거렸다.

 메마른 나무 잎새 주변의 빨간열매가 눈에 띄였다.

 청미래덩굴(망개나무) 열매였다.

 

 노박덩굴 열매를 겨우 찾아냈다.

 가을 가뭄탓에 익어가는 나무열매의 모습이 바싹 말라서 일그러진 것 같았다.

 

 늦은 오후의 산길은 감기 걸릴 만큼 으스스 한기를 느끼게 했다.

 요즘은 오후 4시쯤이면 제법  기온이 내려가는 듯 했다.

 가을날의 억새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분위기였는데, 썰렁한 겨울날의 억새는 그냥 추워 보였다.

 

  아파트 뒷곁의 산으로 올라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가끔씩 텃밭에 나와서 상추를 뜯어먹고 가는, 고라니가 살고 있는 산이거늘

  늦은 오후에 혼자 가려니까  마음이 여유롭지가 못해서 도중하차 했다.

 

 엊그제 지나가면서 겨울날의 코스모스사진을 찍었는데

 오늘 지나가다보니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코스모스 흔적 조차도 없었다.

 지난 밤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 것 같았다.

 새까만 모습의 코스모스 잎과 꽃의 모습은 찾을길이 없었다.

 하루밤사이에 이렇듯 허망해질수 있는 것인가,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후문 옆의 은행나무가 벌써 잎을 떨구고 있었다.

잠시 잠깐 사람들에게 노란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어느새 땅위로 뒹구는 것은 낙엽뿐이었다.

너무도 짧은 만추의 풍경이었다.

 

 해안가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잠시 들려본 어느집 앞이다.

 사계절 내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한번 정도는 꼭 눈도장을 찍고 가는 집인데

 이 집앞은  겨울에도 멋진 모습이었다.

 단풍잎이 그려진 대문과 돌담과 앙상한 겨울나무와

 겨울에 피는꽃인 '팔손이나무'꽃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팔손이나무꽃

 

 아침햇살이 눈이부시게 아름다운 아침바다 풍경이다.

 

 바위틈새에 아직도 남아 있는 '해국'이 애처로워 보였다.

 

 늦여름 부터 초가을에 절정으로 꽃이 피던 '여뀌'의 모습도 후줄근 해졌다.

 엊그제 영하의 날씨에도 살아 남았다는 것에, 강인한 녀석이란 것이 증명된듯 했다.

 

 12월이 들어서면서 추운날이 제법 많아졌다.
 전형적인 겨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는듯 자꾸만 헷갈리는것 같았다
 왜냐하면 햇살이 퍼져서 따사로움과 함께,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가 있는 해안가에 서면
 아직도 겨울임을 실감 못하고 , 풍경속으로 빠져들을때가 있다.

 웬지 겨울이라서 더 추워보이는 짙푸른 색깔의 바다에서 은근한 매력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 그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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