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가을비가 추적거리게 내렸다.
올 가을 들어서 처음으로 만족스럽게 내렸지만, 아직은 텃밭에는 나가보지 않았다.
강수량이 얼마만큼이냐고 따지고 싶지 않은 것은
그다지 많은 비는 내린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내렸다는 것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
여름에는 텃밭을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하더니, 가을에는 텃밭을 갈증이 심한 메마른 땅으로 만들어버린...
자연의 횡포가 그래도 코로나 보다는 덜 원망스럽긴 했다.
이곳 부산지방의 코로나 환자가 5명이나 새롭게 생겨났다고 재난문자가 날아들어왔다.
잠잠한 것 같더니 또다시 시작임을 알리는 문자메세지가 할말을 잊게 한다.
엊그제, 불광산이 있는 장안사 계곡을 따라서 단풍 트래킹을 떠났다.
집주변 해안가에는 지난 초가을에 모진 태풍으로 나뭇잎이 모두 썩어버린듯....
단풍이 들기전에 나뭇잎은 떨어졌고, 그나마 조금 남은 나뭇잎은 단풍 드는 것도 잊은채
그냥 낙엽이 되어서 땅위로 뒹구는 것이 만추의 풍경이었다.
태풍의 후유증은 참으로 재미없게 가을을 마무리 한다고 중얼거려봤자 이미 썰렁한 풍경뿐이다.
그래서 단풍을 보기위해, 장안사 계곡으로 떠난 하루였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절대로 볼수 없는, 집주변의 가을과는 대조적인 풍경이 멋졌다.
이것이 사람사는 세상의 계절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파라칸사스 열매의 아름다움도 산속으로 들어오니까 예뻐 보였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깊은 가을은 절정을 이루고 있는데
해안가 지방의 주변 숲에서 가을을 찾아보려니까, 태풍의 후유증은 황량함만 만들어냈다.
코에 바람도 쐴겸, 만추의 풍경도 느껴보고 싶고...
이래서 사람들은 코로나 시대에도, 마스크로 무장을 잘하고 밖으로 나오는 것인가보다.
평일인데도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짧은 출렁다리 였지만, 역시 다리 건너는 것이 무서웠다.
이까짓 것쯤이야...하면서도 다리는 덜덜 떨렸다.
여름에는 반딧불이를 찾으러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을 것인데
어둠을 무서워하는 나로써는 반딧불이를 만나러 이곳 까지 온다는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단풍이 예쁘지 않은 산길도 '만추'라는 계절의 끝에서 분위기가 제법 있었다.
호젓한 산길이 계속되기를 바랬지만
일부러 조성된 산책길이기에 ,즐겁게 여유를 찾는척 하다가 되돌아와야 했다.
예쁘게 단풍이 든 숲에서 '좀작살나무' 열매의 보라빛이 인상적이었다.
이맘때 산길이나 숲속에서 제법 볼 수 있는 ,보라빛 열매도 올해는 처음 보게 되었다.
약간은 어설퍼 보였지만, 그런대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단풍나무였다.
가을산 어디서라도 볼 수 있는, 감나무가 없었다면 가을산의 의미가 없을 만큼
만추의 계절에는 감나무가 더욱 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숲으로 가야만 단풍나무를 볼수 있다는것이 요즘 세상인가보다.
계곡에 다슬기가 살고, 가재와 도룡뇽이 사는 1급수의 계곡이기에
단풍도 예쁜 모습인 것 같다.
도심속의 공원에서도 올해는 애초부터 퇴색된 단풍을 보았다는것이 유감스러웠는데
이렇게나마 단풍나무를 본다는것이 즐거움이 되었다.
알게 모르게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다.
특히 늦게 찾아오는 남쪽 해안가 지방의 늦가을은
이렇게라도 숲길에서 곱게 물이들은 단풍을 본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반딧불이공원 입구
불광산 장안사 계곡에서는
6월~7월초 까지 발견되는 반딧불이는 빛이 아름답고 밝기가 선명하기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기장군에서는 최근 반딧불이 서식밀도가 높아진 것은
기장군이 친환경 청정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딧불이 서식처 보존을 위해 친환경농법을 확대하고, 반딧불이 탐사로를 설치했음을....
늘 다니던 길인데 잠시 잠깐 눈여겨 보았더니 '반딧불 탐사로'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단풍을 볼겸 겸사겸사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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