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이기대 해안 산책로

nami2 2020. 11. 16. 22:43

며칠동안 겨울 날씨처럼 기온이 내려가서, 겨울옷에 내복 까지 입고다니게 했던 변덕스러움이 멈춘듯...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가 되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좋은 계절이 된듯하다.

그래도 알게모르게 자주 내리는 이른 아침의 서리는, 텃밭의 잎채소들을 누렇게 탈색되게 했다.

서리가 내린 아침 풍경은 햇빛이 반사되면 참으로 예뻐보이는데 채소들에게는 치명타를 입힌다는 것이 유감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된서리와 무서리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검색해보았다.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무서리'라고 하며,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된서리'라고 한다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서리를 맞은 채소들이 힘을 잃어 가는 것이 아마도 된서리를 많이 맞은 탓이라고 생각해본다.

늦가을은 기온 변덕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날이 좋은 날에는 무조건 트래킹을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부산 광역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 산책길은 도시 자연공원에 있는 해안산책로이다.

 이곳은 한때 군사보호구역이었으나 1993 부터 민간인 출입이 허용되었다고 한다.

 경관보존을 위해 1997년에 공원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005년 부터는 본격적인  산책로가 조성되었으며

 2009년 부산 갈맷길 사업으로 시설을 정비하여 트래킹 코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해안절벽을 따라 조성 되었으며, 길이는 3,95km이다.

 

 한번 정도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고 싶었지만, 그리 만만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몇번이나 망설임 끝에 해안로 트래킹을 시작했다.

 설마 " 남들이 다 갔다 오는 길인데"... 가다가 어찌되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해안절벽, 구름다리, 그리고 아슬아슬하고 좁다란 데크길의 아찔함은 자꾸만 다리를 휘청거리게 했다.

 동생말 부터 시작되는 해안로 코스에서 예쁘게 피어있는 쑥부쟁이 꽃이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 같았는데....

 

해안길의 트래킹 시작인 동생말에서 어울마당으로 가는 길은 약간의 두려움의 대상인 출렁다리가

겁을 잔뜩 주었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통과를 했다.

 

 이기대 산책로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멀리 해운대도 가물가물...

 

 이기대 해안 산책로는 여러개의 구름다리 와 약 1,5km의 목재 데크로드, 바윗길, 숲길, 절벽길로 이루어졌는데

 겁이 많은 내가 걷기에는 천국과 지옥을 여러번 넘나들던 그런 무시무시한 길이었다.

 차라리 금정산 정상(고당봉)을 매일같이 올라갔다 오라고 하면 자신있게 대답하겠는데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아마도 내가 살아생전에는 절대로 가지않으리라 다짐을 수없이 했던 길이었다.

 

유람선이 바라보이는 바다는 평화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내려다보이는 절벽 밑은 무시무시 했어도  사진으로는 그리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낚시를 하는 저곳은 어디로 어떻게 내려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저곳으로 가려면, 절벽 주변의 암벽들 사잇길로 내려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강심장이 아닌 내가 바보인 것인지?

저 사람들이 용감한 것인지? 납득이 안갔다.

 

 한 모퉁이를 돌아보면, 또다시 멀리 보이는 해안로가 겁을 잔뜩 주었다.

 구름다리도 있고, 절벽길도 있고, 계단을 타고 오르는 무서운 길도 있는데

 어찌 지나가야 할지, 다리가 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지옥........ 한개의 지옥문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면, 더 무서운 지옥문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이정표는 늘 반가운 것이었지만, 이곳의  이정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오륙도 해맞이공원 까지 얼마나 많은 지옥길이 기다릴것인지?

 

 치마바위 주변에 예쁜 '털머위꽃'이 수줍은듯이 피어 있었다.

 치마바위는 옆길로 빠져나가서 300m 정도 가는 것이지만, 어떤 무서움이 기다릴것인지

 

아슬아슬한 데크길을 걸을때는 사진도 찍을 수 없을 만큼 두려웠다.

길을 걷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도 무서웠고

앞으로 나가는 미지의 땅은 더 무서웠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막막함은....

다시는 이 길을 절대로 두번다시 걷지않으리라 다짐하는 것뿐이다.

고소공포증이 심했고, 좁다란 해안 절벽길을 수없이 걸어야 했던 무시무시함에

뒷골이 땡기고, 머릿속이 하얘졌고, 스트레스가 눈덩이 처럼 자꾸만 커져서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잔도길이 많은 중국 여행을 포기했었는데, 이곳에서 꼼짝없이 잔도길을 걸어야 했음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저런곳에 올라앉아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걷는 것도 두려움인데, 어떻게 저런곳에서 낚시를 하는것인지

고소공포증이 심한 겁쟁이의 눈으로 보는 풍경은 신기하기만 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오륙도 쪽으로 가다보면 '농(籠)바위'가 나온다.

 옛날 '고리짝'이라고 말하는 고리버들이나 싸리나무 등으로 엮어서 만들어 놓은 고리짝을 포개어 놓은듯한 형상이며

 2001년 발간된 "남구의 민속과 문화"에는

 부처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애틋한 모습으로 배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돌부처상 바위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내가 걷기에는 지옥길을 넘나들던 트래킹 노선이었다.

 다른사람들은 즐거운 트래킹 길이 될지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트래킹이 아니라

 스트레스덩어리를 한짐 짊어지고 돌아온듯한 재미없는 길이라는 것을 메모하고 싶었다.

 해발 801'5km의 금정산 정상 고당봉을 하루에 한번씩 올라가는 것은 자신 있어도

 이기대 산책로의 트래킹은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라는 것에 웃음이 나온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안 반딧불이 공원  (0) 2020.11.19
오륙도에서 만난 가을  (0) 2020.11.18
양산 국화전시회  (0) 2020.11.03
금정산 고당봉으로 가는 길  (0) 2020.10.22
울산 나사리 해안길에서  (0) 202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