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하이선이 물러간후, 다시금 세상은 평온해졌다.
그러나 시름에 가득찬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해안가 마을이 궁금해서 마을버스를 탔다.
산책 할때는 집에서 30분 걸리는 곳이고, 볼일이 있어서 마을버스를 타면 7분 정도 걸리는 해안가는
그 유명한 동해남부 기장해안가이다.
해안가의 어느집 담너머에 감나무의 잎사귀는 모두 거센 바람에 떨어지고, 오롯이 열매만 남아 있었다.
늦가을도 아닌데, 파란 열매만 남아 있다는 것은 태풍이 저질러놓고 간 흔적이었다.
태풍의 현장이라는 타이틀로 며칠동안 뉴스에 나왔던 곳, 기장 드림성당 앞이다.
관광객들이 쉼없이 다녔던, 드림성당 앞에는 위험할 만큼 도로가 붕괴되었고
주변은 온통 침수되었던 흔적이 역력했으며, 아직도 바쁘게 복구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 때문에 쓸쓸해졌던 관광명소가 태풍으로 인해 더욱 쓸쓸한 풍경이 되었다.
해일까지 동반했던 광란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것 처럼 너무도 평온한 바다가 되어 있었다.
세탁세제를 풀어놓은듯한 물거품이 가득찼던 하얀색깔의 미친 바다는
갯바위 틈새에서 낚시를 해도, 멋진 풍경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바다가 되어 있음에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데, 청량음료를 마신 것 처럼 시원한 느낌의 바다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의 간사한 속내를 가진 내자신이 그냥 우습기만 했다.
불과 열흘전만 해도 전복죽,따개비죽, 매운탕, 조개구이를 판매하던 포장촌이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있는 이런곳들이 곳곳에서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해일을 동반한 태풍이 언제 왔다갔는지, 영문을 모르는 길손들은
갯바위 위에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갈매기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라고 감탄을 하는 것을 보았다.
육지로 올라갔던 배들이 포구로 복귀했다.
곧 추석에 쓰일 해산물을 잡기위한 통발배들이다.
추석 차롓상에 올릴 문어를 사려고 기장시장에 나갔더니, 오늘 부터 배가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내일이나 모레쯤 문어를 사러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자주 다녔던 지인집으로 가는 해안도로이다.
마이삭 태풍때는 그래도 보기좋게 훼손되었는데
하이선 태풍은 주변의 음식점을 모두 점령하느라고, 도로를 완전히 뭉개버렸는것 같았다.
접시꽃이 예쁘게 피던 여름날에, 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들이 제법 있었다.
대문앞에 수국이 멋지게 피었던 것도 사진 찍은 적이 있었다.
오래된 집이지만, 담장 주변에 많은꽃이 피어 있었기에, 늘 멈춰서서 사진을 찍던 집이었는데
태풍 마이삭이 남겨놓고 간 기가막힌 흔적이다.
얼마나 무섭고 놀랬을까?
집보다 더 큰 고목나무가 집을 덮쳤으니..
두번씩이나 무지막지하게 찾아온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은
해안가 사람들의 마음에 씻을수 없는 상처와 시름을 안겨주었는데
언제 그런일이 있었는가 " 할 정도로 평온한 들판에는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새삼 자연의 횡포앞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굴복해야 하면서도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앞에서는 또 감탄을 해야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또다시 희망같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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