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갈맷길을 걸으면서

nami2 2020. 9. 16. 23:07

지독한 태풍이 다녀간뒤, 태풍피해가 심한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해안가 걷는 것을 당분간은 보류하려고 했는데

오라고 하는 곳은 없어도,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  늘 길을 걸어야만 하는 기저질환자의 부담은...

어쩔수 없는 발걸음으로 또다시 해안가를 걷게 만들었다.

날아드는 재난안전문자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끊이지 않으니, 대중교통 이용하여 어디로 다녀온다는 것이

왜그렇게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인지?

가을바람은 스산하게 불어서 마음속 까지 느껴지는 공허함은, 자꾸만 무기력함으로 기운을 빼내는 것 같다.

오늘 비 내릴 확률 60%는

분위기 있다는 가을비 치고는 잠시잠깐 우산만 살짝 적신후, 흐린날이 되었던 오후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갈맷길 1코스1구간을 걸어보았다. 

 초가을이라는 계절의 변화가 시작된지 보름이 지났건만

 여름날의 능소화가 여전히 예쁜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두번씩이나 다녀간 무자비한 태풍에도 끄떡않는 능소화의 고운자태에 잠깐동안 정신을 빼앗겨 보았다.

 

 강과 바다가 합류되는 지점의 방파제 위에, 서있는 하얀등대가 날씨가 흐리니까

 더 돋보이는것 같았다.

 

  바다 한가운데 갯바위는 갈매기들의 쉼터인듯 하다.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파란등대는  늘 사람들의 카메라에 촛점이 되는듯 했다.

  사람들은 이곳에 찾아오면, 등대를 배경으로 우선 사진찍기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갈맷길 1코스 2구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죽성리 드림성당이다.

언제 가보아도 분위기 있는 곳이지만

태풍 하이선으로 인해서 드림성당 앞, 데크길이 완전 붕괴되었다.

 

 드림성당 포토존이라고 메모가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태풍으로 인해 없어졌던 의자가 다시 원위치 했다.

  관광객이 많을때는 절대로 내 차지가 되지 않았던 의자가  코로나 덕분에

  한번 정도 편안하게 앉아볼수 있는 의자가 되었기에, 오랫만에 사진까지 찍을수 있었다.

 

  등대가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과학적인 근거는 잘모르겠으나

  드림성당 뒷쪽에서 한참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등대가

  해안길을 따라 걸을때마다  가까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무식한 나로서는 그저 궁금할뿐이다.

  죽성리 바닷가에서는 파란등대가 하나뿐인데

  해안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파란등대는 또다시 근처에서 멋진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사실....

 

 이곳 해안가에서는 빨간등대가 보이지 않는다.

 가는곳마다 하얀등대뿐이다.

 그것도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나, 하얀등대라는 것이 더 외로워 보이는 것 같다.

 

 갯바위 위에 갯방풍이 자생하고 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갯방풍이 꽃을 피웠던 흔적이 있었다.

 바위틈에서 자라면서 꽃까지 피웠을때의 그 모습을 놓쳤음이 아쉬웠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더욱 해안가를 쓸쓸하게 했다.

 

 보라빛꽃 색깔의 '순비기나무꽃'을 올해는 자주 보게 되었다.

 갈맷길 1코스 2구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볼수록 예쁜꽃이었다.

 

 해안가에 군락을 이룬 순비기나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올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외대으아리꽃도 해안가 곳곳에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휩쓸고 갔던 태풍의 후유증은 마음을 다친 해안가 사람들뿐인 것 처럼, 꽃들은 여전히 예쁘게 피고 있었다.

 하이선 태풍과 함께 동반한 해일이 몰고온,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서 흉물스러운 모습이라서

 멋지고 아름다운 해안가 풍경은, 사진으로 찍을수가 없었음에 마음이 무거웠다.

 자연재해가 가져다준 원치 않는 쓰레기더미는 아마도 당분간 해안가에 머무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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