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태풍이 다녀간 해안가

nami2 2020. 9. 6. 22:38

 악몽같았던 새벽에 들이닥쳐서 아수라장을 만들었던 태풍 '마이삭'이 다녀간지 불과 며칠...

 또다시 더욱  강력한 태풍 '하이선'이 부산 앞바다로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날아드는 문자메세지를 무시할 수 없는 태풍의 위력은 벌써 부터 강한 바람으로 창문을 흔들어대고 있다.

 내일이 고비라는데, 창문을 흔드는 거센 바람은 오늘 밤에도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꼭 다녀오게 되는 어촌마을의 배가 모두 육지로 올라와 있었다.

 마이삭이 다녀간후 바다로 내려가지 못한 배들은 어느새 일주일째 자동차 주차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늘 이곳 마을버스 승강장 옆에서 바라본  포구가 오늘은 웬지 더 서글퍼 보인다.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있는 무화과 나무가  완전히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곧 수확기에 접어든 무화과 열매이거늘

 태풍 마이삭은 참으로 못할짓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어느집 앞에는 거대한 고목나무가 지붕위로 쓰러져 있었고

 5월의 어느날에  일부러 찾아가서 보라빛 꽃사진을 찍었던, 오래된 오동나무도 뿌리째 뽑힌 것을 보았다.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에 늘 감사하면서 살았지만, 그 위대한 자연은 가끔씩 너무 심한 상처를 주는 것 같았다.

 

               왕고들빼기꽃

 

 어촌마을의 포구에 있던 배들은 모두 육지로 올라와 있다.

 가는 곳마다 배들이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은 또 위험한 태풍이 오고 있다는 무언의 암시 같았다.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볼때

 무시무시한 태풍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바다가 무섭기 까지 했다.

 

 어제 언뜻 지나가면서 스치듯 보여졌던 활어센타가 엉망이 된것 같아서 일부러 마을버스에서 내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없을 만큼 ,안타까운 모습은 태풍 마이삭이 저질러놓고 간 페허였다.

 

 횟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앉은 활어센타가 완전하게 주저앉았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었어도, 이곳으로 다닌지 8년동안 처음 보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뤄내는 장어마을의 활어센타가....

 할말이 없었다.

 마이삭이 저질러놓고간 횡포는 이곳 장어마을을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만들었다.

  

 늘 평화롭게 바라보던 포구의 등대가 그냥 부담스러웠다.

 방파제를 굳건하게 했다고 안심하던 사람들에게서 하루아침에 희망을 빼앗아 간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다.

 그런데  또 마이삭보다 더 강력한 하이선이라는 태풍이 오고있다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완전, 엿가락 처럼 휘어진 활어센타의 씁쓸한 모습이다.

 평일에는 한적한 어촌이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데

 오늘 휴일의 풍경은 기가막혔을 것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인적이 끊겨서 쓸쓸해진 어촌마을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 태풍 마이삭의 횡포는 그냥 할말을 잊게 했다.
 8년동안 주말과 휴일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이곳에서 처음 겪게된 태풍의 후유증은 삭막함 그자체였다.

 평일에는 그렇다치더라도, 주말과휴일에는 관광객으로 넘쳐나서 활기 가득한 활어센타는

 태풍 마이삭이 남겨놓고 가버린 크나큰 근심덩어리였다.

 창틀을 단단히 고정 시키고, 혹시 유리창이 깨질까봐  창틀주변 접근 금지, 조귀귀가

 정전을 대비해서 손전등 양초 준비, 휴대폰 충전 , 엘리베이터 사용금지...등등

 재난 문자가 계속해서 날아드는 것을 보면, 태풍 '하이선'의 위력도 대단한 것 같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맷길을 걸으면서  (0) 2020.09.16
더욱 쓸쓸해진 해안산책로  (0) 2020.09.09
태풍 마중하던 날에  (0) 2020.09.01
해무가 잔뜩 낀 여름바다  (0) 2020.08.20
숲길에서 만난 자연버섯  (0)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