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절에서는 제사(祭祀)와 재(齋)를 혼동하고 있는것 같다.
제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유교에서 조상의 신령에게 음식을 바쳐 정성을 드리는 예절이다.
그러나 재(齋)는 죄를 참회 하는 일이고, 몸과 말과 생각으로 하는 삼업(三業)의 행위를 삼가하여 밝히는 일이다.
그리고 대중이 정오에 한자리에 모여 회식하는 일을 재식(齋食 이라고 한다.)
이 재는 부처님 생존시부터 전해 내려 오는 교단의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청정한 수행자들이 모여 사는 정진 도량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너절하게 지내는 정체 불명의
사이비 절에서는 재를 지낸답시고 밤새도록 법석을 떨면서, 심지어 춤(소위 승무라는것)까지 추어가면서
지루하고 장황한 푸닥거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불교의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이런 비법(非法)에 뜻있는 사람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 베푸는 천도재일수록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으로서 법답게 진행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재를 지내는 사람들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행해져야 한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려고 할 때 시자인 "아란존자"는 부처님의 사후 유해에 대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으냐고 물었다. 이때 부처님의 대답은 이렇다.
너희들 출가 수행승은 여래의 장례 같은 일에는 상관하지 마라. 너희들은 해탈을 위해 정진하고,실천하고
게으르지 말고 전념하라. 여래의 장례는 독실한 재가신자들이 알아서 차려 줄것이다.
출가 수행자는 비록 부처님의 경우라 할지라도 장례 같은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들은 49재나 100재를 이야기할 때 불전(佛殿)에 재단을 마련하고,음식을 그득히 차려 놓고, 목탁과 요령 소리를
내면서 일반인들로서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주문이나 법석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의식을 말한다.
좀 큰 재(齋)가 들어오면(물론 돈을 많이 냈다는 표현) 온 절 안이 소란을 떨면서 장시간을 뚝딱거리고
흔들어대는 바람에 번번히 정해진 공양시간을 어기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런 재를 가리켜 법답게 지낸 재라고는 할 수 없다.
재를 지내는 사람에 대한 과잉서비스가 아니면,돈의 무게만큼 공연하는 푸닥거리와 다를게 뭐란 말인가.
다같이 반성해볼일이다.
법정스님의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