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식처

법정스님의 입적

nami2 2010. 3. 13. 01:20

      신문에 실린 칼럼에 적힌 글을 옮겨 적어본다.

 

      요즘은 한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을 지칭하는 용어처럼 쓰이기도 하지만, 산스크리트어'구루(Guru)'는 크고,

      위대하며,뛰어난 정신적 스승이란 뜻이다.

      구루가 많은 사회일수록 살맛이 나는 세상이다.

      일상에 지친 범인(凡人)들은 일면식도 없을망정 그들의 존재만으로 위안과 힘을 얻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 구루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두 분의 근황이 봄소식과 함께 전해졌다.

      법정(法頂)스님. 와병중이시던 스님이 어제 끝내 육신을 벗고 입적 (入寂)했다.

      수행자에게는 삶과 죽음이 깃털처럼 가벼운 법이지만 ,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또 한명의

      구루를 떠나 보낸 것 같아 안타깝다.

      세속(世俗)의 나이로 올해 일흔여덟.

      스님은 1954년 출가 이후 한때 민주화 운동에도 나서는 등 세상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1992년부터 절 집마져 떨치고, 아무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은 채 홀로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은둔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스님은 중생을 외면하지도 ,현실과 단절하지도 않았다.

      산중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는 서평처럼 자신의 깨달음을 여러권의 수상집 (隨想集)과 때때로 열린  법회를 통해 세상에 내놓았다.

      스님의 명정한 글, 말씀, 법문은 봄 햇살처럼 따사롭고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상쾌했었다.

 

     '매화는 반개(半開)했을 때, 벚꽃은 만개(滿開)했을 때,복사꽃은  멀리서 봤을 때, 배꽃은 가까이서 봤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인간사도 서로 멀리두고 그리워하거나, 회포를 풀어야 할 때가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누가 심고, 가꾸지 않아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식물에서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지난해 봄  서울 길상사 법회 때 남긴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중국 북송 (北宋)의 정치가 사미광은 경서(經書)를 가르치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에 가깝다. 혼자만의 수행의 길을 걸어 왔지만, 삶을 성찰하는 법을  

      실천으로 보여줬기때문이다.

      우리사회에는 언제부턴가 빛과 소금의 역활을 하는이런 참 스승 '구루'를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이 봄,법정스님의 입적은 더욱 아쉽다.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할뿐이다.

 

    "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이웃을 생각하지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있다.

       차지하고 채웠다가도 한 생각 돌이켜 미련없이 선뜻 버리고 비우는 것은 새로운 삶이 열리는 통로다" 

                                            -법정스님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에서-

 

   평소에 존경했던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분향소도 , 다비식이 열리는

       송광사에도 갈 수 없음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던차에   신문에 게재된  칼럼에 쓰인 글이  평소의 법정스님을

       뵙는 것 같아  이곳에 글을 옮겨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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