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어 가는 어느날
통도사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눈에 비치는 꽃은 빨간색으로 물들인 홍매화였다.
다른때보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에 영취산에서 불어오는 소나무 스치는 바람소리도 만만치 않았는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산사 가득 내뿜는 홍매화 향기는 잊을 수 없는 그윽한 향기였으며
꽃 또한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홍매화가 떠난 그 빈자리에 또 다른 꽃들의 향기가 따사로운 봄볕과 함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목련꽃을 바라보면 언제나 처럼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이미 먼 곳으로 떠나버리신 어머니!
짙고, 그윽한 향기가 아닌, 날듯 말듯한 은은한 향기는 꼭 어머니의 포근한 냄새 같다.
시골집 뒷곁같은 수수함을 풍기는것이 어린시절에 살던 고향집을 연상시킨다.
그 고향집 뒷곁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화려하고 예쁘다는 표현을 했던
홍매화가 사라진 자리에 하얀 목련은 산사의 마당까지도 우아하게 만드는것 같다.
매화는 꽃 색깔과 함께 향기가 각각 다르다.
하얀 눈 속에 빨갛게 피는 홍매(紅梅)의 향기는 여인의 분 냄새 같고,
또 푸른빛을 띠며 슬픈 듯 피어나는 청매(靑梅)는 시린 가슴을 자극한다.
그리고 캄캄한 밤에 설화(雪花)가 피듯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는 옥매(玉梅)향기는 가슴속 까지 달콤함을 느끼게 한다.
자연으로 만들어진 나무의 형상인지는 몰라도 힘든 세월 잘도 견디어 내는 나무에게 미소를....
빨간색의 홍매화가 떠난 자리에는
그 빈자리의 쓸쓸함을 노란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듯 산수유도 한몫을 해낸다.
산수유는 봄이면 꽃을 감상하고,늦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산수유 열매는 약재로도 효능이 뛰어나 잘 알려져 있다.
몸을 도우는 육미환(六味丸)은 산수유가 주재료이다.
홍매화가 필무렵 콩알만하게 부풀어 올랐던 매화는
통도사 일주문 곁에서 오는사람 ,가는사람에게 아름다움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산사를 찾는 사람들의 눈(예쁜꽃)과, 코(향기)와,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니 사람들도 사랑으로 답을 전해준다.
국수,아이스크림, 길게 줄을 서서 연화빵을 사는 사람들까지도....
통도사 일주문을 말없이 그리고 예쁜 모습으로 지키고 있는 '버들매화'는
마치 장원급제한 사람이 모자에 꽂았던 어사화(御史花)꽃처럼.....
봄바람과 함께 매화향은 허공으로 흩어져 버린다.
버들매화는 매화와 버드나무의 절개를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려는듯 추운겨울보다는 따사로운 봄날에 핀다.
다른 매화가 지고나면 눈이부신 봄볕에 다른 꽃들과 함께 환한 미소로 피어난다.
하얀색 겹꽃은 벚꽃보다 크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가지마다 향기로운 하얀 꽃이 피어난다.
버들매화를 수양매화(垂楊梅花) 또는 능수백매 라고 불리기도 한다.
언제 찾아가도 마음 푸근한 통도사에도 이제는 완연한 봄은 왔나보다.
영취산에서 흐르는 계곡의 물이 냇물되어 흐르고,
시원스레 뿜어대는 물줄기를 보면서 곧 푸르름이 숲을 이룰 여름도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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