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단丹) 잎이 바람(풍風)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무라고 해서 단풍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단풍이란 늦가을에 식물의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백과사전에 적혀 있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단풍이 예쁘다거나 곱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그냥 가을이니까 라는 표현을 썼는데
올해는 잦은 병치레로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유별나게 늦가을의 단풍이 예뻐 보이는 것 같다.
백세를 바라보는 어르신이 내년에도 또 단풍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섞인 중얼거림이
내 입속에서도 같은 중얼거림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표현을 할런지
참을 수 없는 가슴 통증 때문에 '지리산 산청' 주변을 진통제 구하러 다니면서, 보여지는 단풍을 예쁘다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 카메라에 담던 내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해진다.
지리산 중산리 매표소 입구의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다.
벚나무의 단풍은 이상한 매력이 있다.
화려한 단풍 색깔보다는 수수한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시선이 집중된다.
지리산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빨간 단풍이다.
단풍이 너무 예뻐서 이 사진을 찍는 순간은 잠시나마 가슴의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팔을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던 가슴의 통증을 참아가며 찍었던...
내 삶에 있어서 마지막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멀쩡이 또 살아났다.
단풍 색이 고운 것인지, 사진을 잘 찍은 것인지
헷갈린다.
도종환님의 '단풍드는 날'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 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여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서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지리산 주변은 맑은 공기 탓인지 은행잎이 정말 샛노랗다.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잎이 너무 황홀 했었다.
사계절 중 늦가을을 좋아했기에, 도종환님의 '늦가을'이라는 시도 좋아했었다.
늦가을에 분위기를 잡아보고 싶어서 도종환님의 시를 적어본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깊어 갑니다.
가을엔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푸른 나무들은 겨울지나 봄 여름 사철 푸르고
가장 짙은 빛깔로 자기 자리 지키고 선 나무들도
모두들 당당한 모습으로 산을 이루며 있습니다.
목숨을 풀어 빛을 밝히는 억새풀 있어
들판도 비로서 가을입니다.
피고지고 피고 져도 또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이 땅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 차마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갈라진 이대로 둔 채 낙엽 한장의 모습으로 사라져 갈 수 없어
몸이 타는 늦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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