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일조량 때문에 생각해볼 수도 없었던 것을 올해는 시험삼아 해보았다.
생전의 어머니는 가을이면 늘 호박고지를 만들었고, 무말랭이를 만드셨다.
겨울철의 별미반찬으로 즐겨 먹었던 호박고지 볶음은 가족들이 특별나게 좋아했었고
무말랭이는 일년동안의 밑반찬이었다.
일조량 핑계를 대고 말려보지 못한 호박고지와 무말랭이는 사찰순례를 하면서
절 집 뜰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그리운 풍경이었다.
5일장에서 구입한 애호박 3개를 한꺼번에 해먹을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호박고지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에 4시간 가량 햇볕이 들어오는 베란다에서 호박을 말리다가는
썩힐 것 같아 소쿠리를 베란다 밖 화분 놓는 곳에 내놓았더니 생각외로 잘 말랐다.
이튿날에는 좀 더 큰 소쿠리에 호박을 썰어 말렸더니 잘 말랐다.
바깥은 바람과 햇볕이 있었기에 뜰 앞에서 말리는 효과를 낸 것 같다.
소쿠리가 날아가지 않게 끈으로 난간에 고정을 시켰더니
이제는 무엇이든지 말려도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호박고지가 꾸득꾸득하게 말라가는 것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간절했다.
뜰 앞 평상 위에 가득 가득 썰어 말리는 호박을 뒤집으시던 모습이
세월속에서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 정도 잘 말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흡족하다.
멋진 호박고지가 되었다.
그 옆에 덤으로 말려진 가지 한개..
정월대보름날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 군침이 돈다.
겨울이 가까워지니까 '제라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조롱박을 말려서 선물로 주었다.
사찰을 찾아다니면서 수각 앞에 있는 플라스틱 물바가지가 생각났다.
가방속에 한개씩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마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조롱박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으시던 생전의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냥 벽에 매달아 두기로 했다.
아버지의 영혼이 밤마다 찾아 오셔서 그림을 그려 주신다면 하는 헛된 공상을 하면서도
마음은 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려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간절하게 해본다.
솜씨가 있다면 멋진 박 공예품이 되었을텐데 .....
호박말리기에 성공을 했기에 이번에는 무말랭이를 만들기로 하고
무 1개를 우선 썰어 말렸다.
가족중에 치아가 시원찮은 사람이 있어서 무말랭이를 최대한 가늘게 만들었다.
누구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누구는 옆에서 쳐다만 보면 안될 것 같아서...
맛있는 밑반찬은 사이좋게 나눠먹어야 더욱 맛있는 법이라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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