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 폭설,설경....이런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겨우내 눈 구경 한번 할 수 없다는 것은
삭막한 겨울에 늘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눈이 내린 곳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TV에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어째튼 부러움으로 또 한해 겨울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남덕유산(해발1,507m)이다.
10년전 부터 인연이 닿은 산악회에서 날라온 문자메세지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서 칼바람이 부는 춥고 힘든
겨울산을 용감하게 다녀왔다.
설경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산행 초입으로 들어섰다.
흔히 볼 수 있는 살짝 내린 눈 길을 걸어가면서 약간 실망을 했다.
눈 길을 걸어가면서 숲을 바라보니 눈꽃이 보이지 않아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30분을 넘게 산길을 걷다보니, 점점 눈이 많이 쌓여진 길을 걷게 되었다.
가파르고, 힘겹고, 배도 고프고 남덕유산 정상을 향해 걷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깊숙한 산속으로 들어 갈수록 보여지는 것은 하얀 눈 뿐이었다.
급격히 떨어지는 영하의 날씨에 눈 길을 걸으면서 답답하고 더워서 옷을 벗고, 산행을 하다가 몸에 무리가 왔다.
혈압환자였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순간, 가슴통증과 어지럼증으로 눈 위에서 쓰러지는 위기가 왔었다.
남덕유산 정상을 향해 가던 길은 ~올라가자니 그렇고, 내려가자니 더욱 그런 어정쩡한 위치에서
몸에 무리가 왔으니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눈이 제법 많이 쌓여서 잠시 휴식을 취할만한 장소가 없었다.
기진맥진한 상황이 호전되자 일행을 따라잡기 위해 계속 가파른 오르막길을~ 정말 죽을 힘을 다했다.
산길에서 위급한 상황으로 30분을 소비했으니 일행의 뒤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산죽' 위로 쌓여 있는 눈은 발목까지 뒤덮여서 발끝의 감각을 무디게 했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채 무리한 산행을 했더니, 낮12시가 넘은 시각이라서 너무 배가 고팠었다.
해발 1,240m 지점인 남덕유산 월성재에 어렵사리 올라 왔으나 휴식할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경상남도 함양군 사상면에 위치한 남덕유산(해발 1,507m)은 소백산맥의 동사면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으며,거창군 북상면, 전북 장수군 계북면에 까지 이어져 있다.
남덕유산의 봉우리는 하봉,중봉, 상봉으로 나뉘며, 상봉이 되는 봉우리는 동봉과 서봉 두 봉우리가 된다.
그 중 '동봉'이 남덕유산 정상이 되고,남덕유산 '서봉'은 장수 덕유산이라고 불린다.
겨울산의 매력은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과 고요함이다.
앙상한 나무가지에 피어 있는 눈꽃을 바라볼 때마다 활력을 뒤찾게 되는데
세찬 칼바람이 불어와 눈꽃을 날려버려서 그런지 산길은 쓸쓸하기만 하다.
남덕유산 정상을 향해 걸으면서 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저 높은 산을 어떻게 지나 왔는가 감격의 순간이었다.
설경에대한 경이로움은 사라지고,끝도 없이 보여지는 눈 쌓인 길은 온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급격히 떨어지는 높은 산의 기온변화에도 매혹적인 '설경' 앞에서는 감동 그 자체이다.
이제 남덕유산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홀로 산행이 아니건만 ,살아서 돌아가려면 컨디션 조절이 필요해 눈 밭에서 휴식을 자주 해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이건만, 발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멋진 눈꽃이지만, 일행을 따라 잡으려면 스쳐 지나가며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손가락이 빠져나갈만큼 날씨가 추워서 겨우 사진 한장 찍는 것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어렵사리 힘들게 남덕유산 정상을 올랐으나 생각보다 산악인들이 많아서
남덕유산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정상 부근의 눈 밭에 털썩 주저 앉아서 먹었던 점심밥은 죽어도 잊지 못할것이다.
칼바람을 맞으며,눈위에 앉아서 밥한술 입에 넣고, 손가락을 옷속에 넣어 녹여가면서
먹었던 밥맛은 ~또하나의 봉오리'남덕유산 서봉(1,492m)'을 오르기 위한 극약의 맛이었다.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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