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593

1월 끝자락 바다 풍경은...

해마다 설명절이 가까워지면 잔잔했던 바다는 어김없이 미쳐가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얌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지만 벌써 보름째, 지칠줄 모르는 하얀 물거품의 바다는 성난 파도 그자체였다. 이곳은 해안가였기에 설명절 차례상에는 해산물이 제법 많이 올라가는데 설명절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해산물의 가격은 완전 껑충 껑충이었다. 엊그제, 말린 생선을 사러 배가 드나드는 포구에 나갔더니 12월 까지만 해도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생선들의 가격도 껑충 뛰었지만, 생선 종류가 별로 없었음도 문제가 되었다. 바다가 미쳐가면서 몽땅 뒤집어졌기에 고깃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해서 해산물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그토록 약속된 것 같은 바다가 왜 설명절 ..

잡동사니 2024.01.30

겨울숲의 산책로를 따라서

며칠동안 혹한의 날씨라고 할 만큼 춥더니 다시금 따뜻한 겨울이 된듯... 걷기 적당한 날씨가 되었기에 자주 가는 사찰의 종무소에 볼 일을 보러 갔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늘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었으나 유난히 맑은 소리로 정적을 깨트리는 겨울새들이 있어서인지 잠시잠깐 동안이라도 두려움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었다. 사찰에서 볼 일을 끝낸 후, 어렵게 갔었던 산길을 되돌아 나오기가 아쉬워서 발길은 자연적으로 숲길로 향했다. 어차피 집 주변에서 매일 걷는 걷기운동이라면, 기왕에 산속으로 왔으니까 숲길도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눈요기 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풍경만이 있는 숲길이었지만 얼음이 녹아서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좋아서 계곡따라 계속 숲속으로 들어갔었는데 아..

잡동사니 2024.01.29

겨울,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지난해 부터 전국적으로 흙길에서 맨발걷기 열풍이 끊이지 않았는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서도 추위와 전혀 상관없이 맨발걷기 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엊그제 한적한 동해남부 어촌 주변의 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노부부를 보면서 그들의 건강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러하겠나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그저 나의 망상 같은 생각이었을뿐...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모두들 맨발걷기에 동참한다는 것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비로서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한낮까지 영하에 머무는 날이었는데 옷을 적셔가면서 맨발 걷기를 하는 모습들을 호기심으로 보면서도 그들의 모습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 까지 하게 만들었다. 언뜻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겨울이 되기 전 부터 시작된 맨발걷기 열풍은 해운대 해수욕..

잡동사니 2024.01.26

해질녘 들길에서의 만남

며칠동안은 진짜 겨울 같은 날씨였기에 옷만 따뜻하게 입고 집을 나선다면 걷기운동 하기에도 그다지 큰 불편은 없는것 같았다. 옷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차가웠고, 땅은 얼어 있었고 빗물이 고여있는 주변에는 얼음도 아주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보면서 서늘함 보다는 좀 더 강한 싸늘함이 웬지 기분을 좋게 했다. 추운 것이 더 좋았음은 아무래도 전생의 고향은 북극이 아닐까 또다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날씨여서 참 유감스럽기도 했으나 모처럼의 추위는 걷기운동 하기에도 꽤나 활력을 주는 것 같아서 문 밖으로 나가게 되면 발걸음이 더욱 씩씩해지는 듯 했다. 하는 일이 뚜렷하게 없어도 늘 바쁜 나날들이 계속되다보니 늦은 오후 4시쯤 걷기운동을 나가게 된다. 겨울 들길도 어느때는 ..

잡동사니 2024.01.25

해운대 바닷가의 갈매기들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1년만에 나가봤다. 집 주변은 긴 동해남부 해안선이 좌 우로 펼쳐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많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해안가를 자주 찾게 되면서 시끌벅적한 해운대 해수욕장 정도는 머리속에서 늘 잊게 되는 것 같았다. 지난해 연말에 계모임을 하면서 한해를 마무리 하기로 결정을 했으나 계원이 너무 많다보니 이런저런 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계모임은 그냥 해를 넘기게 되었다. 계원은 4명인데, 왜그렇게 함께 밥먹는 것이 그리 힘든 것인지? 새해가 시작되면서 큰 맘 먹고 어렵게 4명이 합의한 후 공교롭게도 결정된 장소는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의 호텔 뷔페였다. 그래서 계모임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를..

잡동사니 2024.01.24

겨울바다 그리고 해수욕장

늘 헛다리 긁는 것 같은 호들갑의 '한파주의보' 문자 메세지가 이번에는 적중한 것 같았다. 지난 밤 부터 기온이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져서 새벽까지 영하 5도~ 6도 까지 내려가더니, 오늘 오전 10시쯤에는 영하 8도 까지 떨어지면서 하루종일 기온은 영하에 머물렀다. 그동안 영상10도~12도를 넘나들다가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되다보니 춥다고 움츠리기 보다는 추위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북극곰 처럼 은근한 즐거움이 되었다. 가장 혹독하게 추운날 이마가 지끈지끈 아플 만큼 느껴지는 그런 강추위에는 늘 그랬듯이 일부러 겨울바다를 보러가는 것이 습관이 되고 있었다. 전생의 고향이 북극이었는지? 에스키모인 처럼, 최대한의 따뜻한 옷으로 감싼채 차디찬 겨울바람을 실감하고 싶어서 정말 춥다고 하는 날에 혼자서 겨..

잡동사니 2024.01.23

봄을 기다리는 해안가에서

어찌되었건...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이미 봄이 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아니라고... 아직은 절기상 겨울이라고...자꾸만 고개를 흔들어보지만 피고 있는 꽃들도 그렇고, 해안가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갈매기들도 그리고 바다속의 해초들 까지도 봄을 마중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는 우중충했어도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오늘은 추적거리면서 하루종일 내리는 비는 겨울 끝자락의 비였는지 아니면 봄을 기다리는 비였는지, 가늠은 안되었지만 아무래도 이 비가 그치면, 더욱더 주변의 매화들이 활짝 피지 않을까? 엄동설한에 꽃이 피는 매화가 설중매(雪中梅)라고는 하지만 어찌되었건... 꽃이 핀다는 것은 봄이오고 있다는 것이기에, 우선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꽃이 피고 있는데 왜 씁쓸하..

잡동사니 2024.01.18

까치들이 반상회 하는 날에

겨울이 되면서 농작물이 거의 없는 텅빈 들판은 온통 겨울새들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겨울인듯, 봄인듯 계절의 변화가 많은 해안가 지방이지만 시금치,유채,봄동,청경채...등등 월동채소들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인지 겨울 들판은 고라니 보다는 새들의 치열한 다툼의 장소가 된 것 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이름모를 새들을 비롯해서 까치, 까마귀, 참새, 산비둘기, 직박구리,텃새... 눈여겨 보면 얼마나 많은 새들이 들판을 점령하고 있었는지 추위속에서 푸르스름하게 자라고 있는 월동채소들은 남아 있는 채소들이 없을 만큼 새들의 먹거리 쟁탈전은 기가막힐 정도였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농작물을 망치는가 싶어서 화가 날 때도 있었으나 한 겨울이기에 봐줘야겠다는 생각..

잡동사니 2024.01.15

민들레꽃이 피는 겨울 공원길

요즘 집 주변에서는 독감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또한 여전히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흉을 보거나 말거나, 나에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독감도 그렇고 코로나도 아직은 나에게 접근을 하지 않았기에 더 조심하게 된다. 들판이나 해안가 그리고 공원길에서 혼자 걷기 운동 할 때를 빼놓고는 거의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며칠 전 부터 서서히 열이 오르면서 치통과 근육통이 심해졌다. 이렇다할 감기 증세는 없었지만 몸살 증세가 부담스러울 만큼 버거웠다. 초하룻날 아침 일찍 부터 절에 가면서 몸속으로 파고드는 오싹거릴 만큼의 추위와 함께 이것저것 무리하게 행동 했던 것이 복합적으로 몸살의 원인이 된 것인지? 혹시 독감 증세가 있는 것인가, 걱정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잡동사니 2024.01.12

길따라 걸어본 겨울 해안가

계절은 어느새 겨울 한복판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춥기만한 차거운 바람은 매실나무 꽃봉오리를 자꾸만 부풀게 하는 것 같았기에, 추운 겨울이지만 활짝 필 매화를 마중하기 위해서 또다시 해안가를 걷게 되었다. 응달과 양달이라는 것이 신기할 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은 들판의 매실농장에 심겨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따사로움이 있는 양지쪽의 매실나무는 다음 주 쯤이면 꽃을 볼 수 있겠으나 햇볕 부족한 응달 주변의 매실나무 꽃망울은 여전히 좁쌀만한 상태로 멈춰있다는 것이 의아해 질 때가 있었다. 늘 씩씩하게 열심히 걷게되는 해안가는 바람이 조금 있어서 춥기만 했다. 그런데 추운 곳의 갯바위에서 웅크린채 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인내심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치는 바다 위, ..

잡동사니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