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입맛 없는 봄날의 한끼 식사

nami2 2025. 3. 11. 22:08

한낮의 기온이 영상 15도 까지 오르고 있는 요즘인데 일교차는 심했다.
그러면서도 봄바람 치고는 약간은 차거운 바람이라서 의아한데...
매화가 절정으로 피고 있고, 토종 동백꽃이 쉼없이 피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누가 뭐래도 진짜 완연한 봄인듯 했다.

그러나 꽃피는 봄날이 된 것은 추운 겨울 보다는 즐겁기만 했으나
슬금슬금 나타나고 있는 봄철 환절기 알레르기가 복병이 되어서
중병 환자 처럼 입맛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다는 느낌이 없는 야속한 봄날 세상인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나는 음식을 생각해봐도 진짜로 맛있는 것이 없다보니
무엇을 먹어볼까, 자꾸만 이런 저런 궁리로 머리속은 먹을 궁리만 하게 되었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어제는 봄나물 된장국이었고
오늘은 쬐끔 귀찮았지만 배추전과 무우전으로 한끼를 때워보려고 했다.

진짜 하루가 다르게 꽃들이 피고 있었다.
토종동백꽃이 핀다는 3월의 계절을
어찌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요며칠 동안에 잠시

텃밭에 나가서 일하느라 한눈을 팔았더니
아파트 화단가의 동백꽃들이
우후죽순 처럼 정말 예쁘게 피고 있었다.

11월 부터 피던 애기동백꽃들은
몇번의 혹독한 겨울 추위로 수난을 겪더니
아예 꽃 피우는 것이 끝난 것 같았다.

 

반면에 3월 부터 꽃이 핀다는

토종 동백꽃은 그들만의 세상을 만난듯...
진짜 예쁘게 꽃을 피우는 것이 보기좋았다.

본격적인 봄철이 되면서 요즘

하루에 두끼 식사를 하는 것도 버거웠다.
아침 식사는 텃밭에 나가야 하므로
억지로 그냥 배를 채우는 수준이고
점심식사는 아주 간단하게...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하건만
뭣을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배추전이 생각났다

텃밭에서 뽑아다 놓은 월동 배추가
달착지근한 맛이 좋아서
갑자기 배추전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또한 텃밭에서 겨울을 지낸 쪽파와 냉이
그리고 초겨울에 뽑아다 놓은 무우를 넣고
무우 전도 함께 하기로 했다.

부침가루에 마른새우 갈은 것을 넣으니
맛은 구수했으나
배추전 색깔이 붉으스름 했다.
배추 위에 텃밭의 쪽파를 곁들이니
맛도 괜찮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배추전을 부치며 그자리에 서서
뜨끈 뜨끈한 전을 쭈욱 찢어
초간장 찍어먹는 맛도 진짜 별미였다.

달아났던 입맛이 돌아온 것 같았다.

 

배추전을 부치고나서 남은 밀가루 반죽에
무우채를 썰어놓고
텃밭의 냉이와 쪽파를 썰어 넣었다.

맛있는 전의 재료는 모두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자급자족이라는 것에 웃어봤다.

 

남아 있는 밀가루 반죽이 별로 없어서
무우전은 딱 2장 부치게 되었다.

가끔씩 무우전을 이렇게 부쳐 먹으면
별미가 되어서 맛은 있는데
왜 그동안 '무우전' 부쳐 먹을 생각을 안했는지?
올 겨울에는 처음 부쳐 먹게 되었다.

농사 지었던 김장 배추가 너무 많아서
12월 15일 쯤,텃밭에 남겨놨더니
월동을 해서 살아남은 자체는 고마웠으나
남겨놓은 5포기 배추에서
겨우 2포기를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아쉽게도 3포기는 모두 얼어서 썩어버렸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모두 나의 실수였었다.

손으로 들지 못할 만큼 아주 잘 키운 배추를 뽑아다가

신문지에 싸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관했다면

겨울 내내 쌈배추로 맛있게 잘 먹었을텐데...
추운 텃밭에서 모두 얼어서 썩게 했음이 아쉽기만 했다.

 

아무튼 배추전은 달착지근하고 맛이 있어서 별미가 되었다.

남아있는 배추 한포기도 더이상 아끼지 말고

배추전을 부쳐 먹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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