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17)

nami2 2010. 8. 16. 00:59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는데,정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은 심하게

     망가져버린 여름의 마지막 발악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뿐이다.

     한번 왔던 겨울도 그렇게 떠나기 싫어서 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만, 오고 있는 가을을 막고 있는

     여름의 뻔뻔함도 겨울 못지않은 철면피라고 해야할런지.

     계절의 횡포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찾아와준 또하나의 무법자 '태풍'은 바다를 미치광이로 만들었고

     파도를 성나게 했으며, 미친바람은 애써 가꾼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인간에게 내려지는 '자연'의 저주와 증오는 계속해서 상처를 받고 살아야만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피서지에서 살고 있는 내게  동생가족들이 다니러 왔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는 내내 물폭탄 세례를 맞고 5시간이면 올 수 있는 도로를  9시간 걸려서 왔단다.

     전국의 여행지와 피서지로 떠난 모든 사람들은 이렇듯 쏟아져 내리는 빗물에 발이 묶이고,계획이 망가진채 

     허둥지둥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진풍경이 눈에 보여지니 안타까울뿐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빗물에 피해를 입지나 않았는지 모두에게 묻고 싶어진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곳으로 여행을 온 동생네 가족들과 다시 일정을 잡은 곳은 거제도였다.

     그러나 믿지못할 날씨에 거제도에서 또 배를 타고, 작은 섬으로 가는 것은 위험이 따르기에

     일정을 한려수도인 남해로 바꿨다.

     남해로 떠나기전 일기예보는  중부에서 남해안으로 장소를 옮겨 간다는 비 소식때문에  다시 바뀐 일정은

     동해바다의 포항 호미곶으로  여행지를 옮겨야 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포항으로 가면서 사찰를 빼놓을 수가 없어서 우선 사찰을 찾아 들었다. 

     사찰 법당에 우선 참배하고 산꼭대기의 암벽과 암벽 사이에 있는 마애불 앞으로 갔는데,그곳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절 입구도, 절 마당도 아닌 암벽 위의 마애불 앞에서 소나기를 만난 가족들은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 발 아래 있는  바위 굴(두명정도 앉을수 있는...) 구멍, 구멍에서 비를 피해야 했다.

     산꼭대기 마애불이 있는 암벽사이의  구멍에 두명씩  들어앉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산아래

     절 마당을 내려다보니 그래도  비내리는 산사의 풍경이 멋있음은...

     오락 가락 가는 곳마다  비가 내리는는 휴일은....

     1박2일의 엉망이된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는 동생가족들은  포항에서 헤어진지 6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연락이 없다.  확인한 결과~~

     서울로 가고 있는 긴 시각동안 곳곳에서의  빗물세례로 아직도 도로에 있다는 전화 내용이다.

     지금 이곳에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심하게 퍼붓는 휴일 밤에  까닭모를 서글픔이 밀려온다.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는 밤에 내가 할 수 있는것은~~

     모두들 아무런 피해를 입지않고,건강한 몸으로  활기 찬  또 한주일을 맞이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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