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수변공원 산책길에서

nami2 2024. 1. 8. 22:35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하루종일 영하에 머무는 추운날이었다.
들판 과수원 주변에 어느새 매화 꽃망울이 제법 많이 부풀어 있었기에
이대로 겨울 끝

봄의 시작인가 했더니 또다시 영하의 날씨로 몸을 움츠리게 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으나
새해들어서 계속 한겨울의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나들고 있었다는 것이...

눈이 내리고 얼음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은 애시당초 틀려버렸음에
매화 향기가 풍기는 겨울이라도 만족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봤더니

엄동설한에 꽃이 피어서 '설중매(雪中梅)'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기온은 영하의 날씨이고, 매화의 꽃망울은 자꾸만 부풀고 있는 겨울날이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종일 냉동실 같은 영하의 날씨가 되었고
많이 추웠지만 걷기운동 만큼은 건너 뛸 수 없어서

바다로 갈 것이냐, 들길을 걸을 것이냐 하다가 이번에는 수변공원을 서성거려봤다.

다른 지방 같으면 꽁꽁 얼어붙어서 빙판이 되어 있을 개울물에
청둥오리와 물닭, 왜가리들이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였다.

평소에 개와 고양이는 그다지 좋아 하지 않지만
새들은 늘 관심있게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에
개울가에서 여유롭게 놀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니 시간 가는줄 몰랐다.

수컷 청둥오리와 새끼 오리가  함께 다니고 있는데
꼭 데리고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오리는 아닌 것이
평소에 보았던 왜가리도 아닌 것이
도대체 너는 누구니? 
그냥 궁금하기만 했다.

이녀석은 분명 왜가리였다.
물속에 발담그고, 멍때리는 모습을
지날 때마다 가끔 만나는 녀석이다.

물속에 반영된 모습은
분명 두마리인 것 처럼

보일 정도로 물이 꽤 맑았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바꿔주니까 고마웠다.
그러잖아도 걷기운동이 지루했는데
덕분에 사진찍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청둥오리 암컷이 먹이 찾으러 나섰다.
물살을 헤치며 쏜살같이 다니는 이유는
물가에 새끼 오리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파란 하늘이
물속에 반영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개울물 속은 그저 그런 모습이었기때문이다.

앙상하게 겨울 나무가 된 느티나무가
물속에 반영된 모습도 멋졌다.

먹이를 찾는 모습들도 예쁘고
함께 어울려 다니는 모습들도 예뻤다.

도심 한켠의 개울물은 그다지 맑은 물은 아니다
곳곳의 하수도물을 정화 시키는 곳인데
해마다 겨울이면 많은 철새들이 날아든다.

수변공원의 끝은
작으마한 냇물과 합류되면서
주변의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데
공원 길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물닭도 만나고, 갈매기도 만나게 된다.

수변공원 주변의 다른 공원 그리고 또다른 공원...
추운날에 걷기운동 만보를 채우려니까
이곳저곳의 공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다.
소나무 위쪽이  하도 시끄러워서 쳐다보니
커다란 까마귀 녀석이 소음공해를 만들고 있었다.

공원의 아그배나무에서는 많은 새들이
잔치를 베푸는듯 아주 시끄러웠다.

직박구리 새들이

아그배 나무 열매들속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공원길의 산수유 열매나 꽃사과 열매는
이미 흔적이 없어 보였다.
초겨울 쯤에  제법 많았던 열매들이었는데
새들의 먹거리...
도심의 새들은 나무의 열매들 덕분에
겨울나기 걱정이 없어보였다.

열심히  먹어대고 있는 직박구리녀석이다.

아마도 모든 나무의 열매중에서
아그배나무 열매가 가장 맛이 없었나보다
우리아파트 공원의 나무 열매 중에서는 아직 꽃사과 열매가 남아 있던데
이곳 공원에는 아그배나무 열매가 셀 수 없을 만큼 다닥다닥이었다.

산속에는 붉은감 외에는 열매들이 없어서 걱정을 했었건만...
산골과 도심의 새들도 살아가는 방법에 수준차이가 있는 것인가 우습기도 했다.

공원길에는 빨간 파라칸서스 열매도 여전히 그득했고
상록수 열매와 쥐똥나무 열매, 광나무 열매들이 그득하다는 것에
도심속의 겨울새들의 먹거리는 걱정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보지만
까치와 참새들이 텃밭 시금치를 뜯어먹는 것은  진짜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들은 왜 도심 공원으로 나가지 않고

추운 겨울날에 어렵게 크고 있는 시금치를 모조리 먹어대는 것인지?

어이없고 아이러니 했고, 진짜 골때리는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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