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석양빛이 쓸쓸한 겨울바다

nami2 2023. 12. 29. 22:33

옛날 같으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연하장이 우체통마다 가득 넘쳐났을 텐데

요즘은 모든 것이 카톡으로
인사를 나누는 세상이라는 것이 웬지 쓸쓸하기만한 연말이다.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였기에  12월 중순에 김장을 끝냈고,
김치를 여러곳에 골고루 나눔하는 택배를 보내고
텃밭 마무리를 하면서
내년도 텃밭농사의 거름포대 까지 모두 구입해서 텃밭에 쌓아 놓으니까
한 해 마무리는 홀가분해졌지만 웬지 모를 허탈감과 쓸쓸함 때문에
또다시 긴 해안선을 따라 달려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탄후 창밖을 내다보며, 어느 만큼 버스가 달려 갔을때
하차 한 곳은 부산 갈맷길 1코스 1구간의 중간지점이었다.
이유없이 마음 허전할 때는

해안가에서 바라보는 등대가 좋았기 때문에 가끔 이런짓을 해본다.

해안가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었다.
그래서인지 석양빛이 빨간 등대를 참 아름답게 했다.

이곳은 부산 갈맷길 1코스 1구간의 중간지점인
기장군 일광읍 이동마을의 방파제 앞 선착장이다.

작은 고깃배들이 즐비하게 많은
이동마을 선착장은 한적하다기 보다는
정박된 배들이 많아서 풍성하게 보였다.

선착장 주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모닥불의 불멍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따뜻한 열기가 그냥 좋아서
그 옆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테트라포드가 많은 선착장 주변은
낚시꾼들의 천국인듯...
모두들 추운 겨울바다에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겨울바다에서 웅크리고 앉은채 고기를 낚는 모습들은
그들만의 취미생활이겠지만 그냥 쓴웃음이 나왔다.

내일, 모레, 글피...
올해의 끝이 이제 딱 3일 남았다.
새해를 또다시 경건함으로 맞이하는...

해맞이 떡국의 가격은 10,000이라고 한다.

이동마을 방파제앞에서 해안길을 따라
일광 해수욕장 주변의 이천마을 까지 걸었다.
걸었던 시간은 한시간 남짓...
멀리 바다건너 일광읍 학리마을이 가물가물이다.

일광읍 이천 마을에서 바라본 하늘은
그저 그랬는데
사진을 찍고보니 너무 멋졌다.
그냥 바라보는 것과 사진이 이렇게 다른 것인가
새삼스레 멋지다는 생각을 해봤다.

걷다보니  어느새
일광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겨울 해수욕장에 비치는
석양빛이 저렇게 멋졌었는가
살아오면서 해마다 겨울 해수욕장을 서성거려봤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일광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이천마을의 선착장 주변 하늘에도
붉은빛이 맴돌았다.

바다와 고층빌딩은 어울리지 않지만
빌딩숲에 갇혀버린 해운대 해수욕장 보다는

그래도 이곳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봤다.

석양빛도 거의 사그러질 무렵
바닷가에서 한 여인이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나 만큼이나 마음이 쓸쓸한 사람인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등 뒤에서 가만히 서서 기타 소리를 듣다가
살짝 사진을 찍어봤는데...

 

석양빛, 쓸쓸한 바다 , 기타치는 여인
너무 잘 어울렸다.

혼자서 걷기에는 너무 좋았다.
늘 혼자 다니다보니
쓸쓸한 곳도 이제는 잘어울리는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평화스러운 저녁 바다의 풍경이다.

누군가 모래사장에 새겨 놓은 물고기가
내일 아침이면
바다로 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걸어왔던 곳을 뒤돌아보니
발자국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겨울 바다는 쓸쓸해서 좋았고
약간은 추운 바람이 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갈매기는 아니고
물속에서 늘 멍때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바다에 놀러나온 왜가리였다.

내일과 모레, 주말 이틀 알바를 끝내고 나면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가늠이 안되나
가만이 있어도 살아온 햇수에
숫자 하나 더 보태지는 것인데 그냥 씁쓸하기만 했다.

웬지 생로병사의 의미도 또 생각하게 되고
늙어감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덧없는 한해였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새해에는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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